성공투자 오후증시 2부- 박문환의 증시퍼즐
동양증권 박문환 > 워낙 중요한 사안들이라 시장에 거의 노출이 돼 있었기 때문에 뉴스 분석하는 사람에 따라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졌을 수도 있다. 재정적자의 한계를 GDP의 0.5%로 한다는 것 그리고 3%를 넘으면 자동 제재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 ESM을 1년 앞당겨 시작한다는 것 영국과 체코를 제외한 25개국 정도가 합의에 이르게 될 것 정도가 합의됐다. 이미 대부분 알려진 내용들이었다. 그 동안 반대해왔던 영국과 체코가 빠질 것이란 전망도 시장의 기대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번에 새롭게 거론된 것이 있긴 했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상들이 중지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단지 220억 유로 정도가 사회개발기금으로 돌리기로 한 이상 그 액수가 그렇게 크지 않다.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사항은 아니었다.
시장에 기대를 모았던 ESM의 기금 확대문제도 독일과 네덜란드의 반대로 무산되었다지만 그것도 통과될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만큼 실망스러운 일도 없었다. 결론적으로 유로정상회담은 그저 그랬다.
유럽 시장의 하락이유는 그것보다 원초적인 문제였던 것 같다. 요즘 들어 부쩍 독일이 그리스를 원색적으로 자극하고 있다. 하루 전에는 그리스의 재정주권을 거론하더니 오늘 새벽에는 정상회담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PSO 국채 교환 프로그램에 대한 민간부문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독일의 앙겔라 총리가 실망감을 내보이면서 한 마디 강하게 했다. 메르켈 총리는 구제금융을 증액했던 것이 PSI가 원만하게 합의될 것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인데 아직까지도 협의가 없다면 구제금융도 없다고 단호하게 못을 박았다.
물론 메르켈의 발언은 그마저도 타결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원만하게 타결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고 얘기하지만 시장에서는 자주 반복되는 그리스에 대한 독일의 뼈 있는 발언에 대해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포르투갈의 문제도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이미 장 단기 금리가 역전되고 부도 위험을 나타내 주는 CDS프리미엄이 또 다시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부도확률을 71%까지 끌어올렸던 것도 시장에 부담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악재에 비해 조정의 폭은 크지 않았는데 유럽시장도 고작 1% 남짓 하락에 그쳤었고 미국은 거의 보합 우리나라도 거의 보합 정도다.
독일의 그리스에 대한 반복되는 발언부터 짚어보겠다. 오늘은 독일이 발언한 이후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이 독일의 발언에 대해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밝혔고 이어 베르너 파이만 오스트리아 총리 역시 반대 의사를 밝히게 되면서 앙겔라 총리가 한 발 물러서게는 됐었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자면 그만큼 그리스가 가진 악재가 크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겠다.
이것을 좀 더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만약 어떤 테러리스트가 모처에 폭탄을 설치해뒀다고 해보자 이게 터지면 건물이 무너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정부는 테러리스트를 달래면서 합의에 이르게 만들어야 될 것이다. 하지만 대테러 특수부대가 들어가서 이미 80%의 폭탄을 제거했다면 어떨까 터져봐야 건물 기둥 좀 그슬리고 말 정도라면 굳이 좋게 말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의 경제규모는 유로존에서 무척 작다. 전체 부채규모도 합쳐도 전체 부채의 16%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 부도가 난다면 다른 데로 이전되지만 않는다면 지금까지 모아둔 돈으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한 수준이다.
게다가 그리스 국채 가격은 이미 80% 정도 디스카운트 된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것은 곧 부도가 80% 이상 반영이 돼서 거래가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도 뒤집어 얘기하면 만약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도 그 충격은 전체 비중의 20%에 불과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이미 80%는 제거된 폭탄이기 때문에 돌발 사태가 난다고 하더라도 크게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포르투갈도 마찬가지다. 물론 포르투갈의 국채를 스페인이 많이 가지고 있어서 2차 구제금융이 신청되거나 혹은 그리스의 헤어컷이 거론될 경우 문제를 만들 수는 있다. 하지만 이것 당장 실현될 악재는 아니다. 포르투갈은 올해 6월까지 돌아오는 국채 상환 물량이 거의 없다. 디폴트라고 하는 것이 뭔가 돌아오는 만기에 대응하지 못하고 이자를 못 주거나 원금상환을 못하게 될 때를 디폴트라고 하는데 6월까지 돌아올 물량도 없고 또 6월에 다소 집중된 물량마저도 이미 지난해 받아놨던 1차 구제금융만으로도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면 디폴트 리스크 지금 굳이 거론할 필요가 없다.
이들 두 나라보다는 너무 규모가 커서 구제금융으로는 해결이 거의 불가능한 이탈리아가 언제나 문제였다. 오늘 새벽 이탈리아는 10년만기 국채를 발행했었는데 그다지 만족스럽진 않았다. 유통금리를 20bp나 올렸기 때문인데 그래도 지난 12월보다 90bp나 낮은 금리 6.08%로 발행에 성공했다. 이 정도면 이탈리아는 만족스럽진 않지만 돌아오는 채권에 대한 롤오버만큼은 가능하다는 것이 고통을 무마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최근 앙겔라 총리를 비롯한 독일 정치인들의 뼈 있는 발언들이 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이것 터진다고 해도 위협적이지 않으니까 독일이 강수를 둘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만약 터지면 몰살할 정도의 큰 위력을 가졌다면 과거에 늘 그랬듯이 메르켈 총리는 무모한 모험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달래가면서 충격적인 폭발을 막으려 했을 것이다.
또한 포르투갈의 경우 아직은 뇌관조차 장착되지 않았다. 지금 당장 터질 위험이 크지 않은 폭탄이라고 볼 수 있겠다. 결국 이들은 2월 말에 2차 LTRO로 인해 유입될 유동성의 기대치를 꺾을 정도의 악재로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두려운 악재는 그리스나 포르투갈보다는 이미 많이 올랐다는 기술적 부담일 것이다. 그 외 눈에 띌 정도의 도드라진 악재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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