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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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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한 눈에 쏙 들어오는 경제해설(11) .. 빚(?)과 그림자

현대사회에서 빚 없이 사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빚을 지는 사람마다 그 이유가 다르겠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현재의 소득보다 많은 지출이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기업은 자본보다 많은 투자를 하기 위해, 가계는 집을 사는 것과 같이 소득보다 많은 소비가 필요할 때, 정부는 당장의 세금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댐을 건설하거나, 전투기를 사기 위해 빚을 지게 된다.

빚이란 것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남는 사람을 연결시키는 금융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이는 빚이 경제적인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기업이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순전히 자기자본만으로 투자를 하는 것보다는 빚을 얻어 투자도 하고 노동자를 고용하면 훨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가계도 오로지 저축만으로 집을 사야 한다면 죽을 때가 다 되어서야 살 수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일시적으로 실업이 되었다면 빚을 얻어서라도 가족을 부양해야 할 지도 모른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홍수가 나고 외적이 침입하는데 당장의 세금수입만으로는 댐을 건설하고, 최신예 전투기를 사는데 돈이 부족할 수 있다.

이렇듯 현대의 복잡한 생활속에서 누구나 빚의 “혜택”을 누리고 있지만, 과연 빚에는 빛만 있을까?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를 단순한 속담으로만 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겠는가? 한마디도 빚(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게 마련이다.

대부분은 사람은 빚을 빌릴 때 나중에 갚을 것을 염두에 둔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도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한다. 그러나 희망과는 달리 그렇게 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빚이 문제가 되는 사례는 많다. 기업이 예상했던 것보다 수익이 낮았을 때, 개인의 경우 취직을 못하거나 집값이 떨어졌을 때, 정부의 경우 세금수입이 예상보다 저조할 때 빚을 갚을 수 없게 된다. 이 상황에 이르면 빚을 주고 받을 당사자가 고통을 겪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폐해가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빚의 그림자라 하겠다.

실제로 90년대 미국에서는 많은 신생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IT기술에 편승한 채, 미래에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과신하고 엄청난 빚을 내어 과잉투자를 하였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실리콘 밸리로 뛰어든 것은 젊은 기술자만이 아니었다. 금융기관들, 특히 벤쳐캐피탈도 같은 꿈을 꾸며 아이디어만 있다면 빚을 얻는 것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성공한 이들도 일부 있지만, 많은 기업들은 그 좋은 아이디어가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을 실현시키지 못한 채 도산이라는 운명을 피하지 못했다. 빚을 얻었을 때는 예상했던 수익이 나지 않으니 빚을 갚지 못한 것은 당연하다. 이들에 돈을 대주었던 금융기관이 불안해진 것은 물론이다. 은행이 불안해지면서 다른 기업들의 정상적인 투자에도 자금을 대주기 어려워지게 되었고, 경기도 하강할 수 밖에 없었다.

2000년대 들어 가계에도 빚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저금리 등에 힘입어 집값이 오르기 시작하자, 집을 사는 것이 마치 좋은 투자라도 되는 양 많은 사람들이 빚을 내어 집을 사기 시작하였다. 이 대열에 동참한 이들 중 신용도가 높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들이 빚을 얻는 것이 쉽지 않았겠지만, 집값이 계속 오르자 은행들도 돈을 빌리는 이의 신용보다는 오르는 집값을 더 믿으며 오히려 빚을 얻기를 권하기까지 하였다. 결국 집값이 내리기 시작하면서 집을 팔아서도 빚을 못 갚는 이가 나타났고, 결국에는 2008년 Lehman Brothers의 파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불안해진 은행이 집을 경매에 부치면서 많은 이들이 집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정부도 마찬가지이다. 가장 최근의 예가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이다. 그 중에서 특히 그리스의 경우 과거 정부의 통계조작이 들통 나면서 정부의 빚이 미래의 세금으로 도저히 갚을 수 없는 수준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위기를 맞고 있다. 위기가 발생하면서 재정긴축을 하면서 경기는 더욱 나빠지게 되었고 세금수입은 더욱 낮아지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정부 빚에 대한 이자도 폭등하면서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었다. 유로 가입국가라는 낙관적 전망에 기대어 과도한 빚을 얻어 쓴 결과, 지금의 그리스는 유로화에서 탈퇴하는 문제가 거론되면서 결국 경제의 불안정, 정치의 불안정이란 결과를 맞게 되었다.

빚이 투자를 촉진하고, 주거를 안정시키며, 국방, 복지를 튼튼히 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기대어 과도한 빚을 얻는 것은 역설적으로 투자를 어렵게 하고, 주거를 불안케 하며, 정부의 존립도 위태하게 만든다. 빚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김준한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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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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