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에 지친 친구들 웃기자고 갑자기 촬영한 거예요. NG가 없었으니까 몇 초도 안 걸렸죠.그게 이렇게 인기를 끌다니 얼떨떨하기만 해요!"
강원도 얼짱 소녀들이 뭉쳤다.
따도남(따뜻한 도시남자의 준말)을 패러디한 `따시녀`(따뜻한 시골여자의 준말)라고 본인들을 소개해달라는 태백의 여고생들이 사고를 쳤다.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29초영화제 예선, 여고생들이 올린 영상 한 편이 전국적인 화제를 모으고 있다.
그들이 만든 짧은 영상의 제목은 `신나는 롤러코스터 타기`. (http://29sfilm.com/ContestFilm/FilmView.aspx?movieidx=1585898)
들여다보면 교실에서 괴성을 지르며 롤러코스터 타는 흉내를 내는 영상이 전부다.
교실을 놀이동산으로 만들어버린 신세대 파워가 네티즌의 주목을 받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립다 고교시절!"(네티즌 신정호 씨) "계속 신나는 삶이 오기를~"(네티즌 엄대용 씨) 같은 댓글이 줄을 이었고 <신나는 롤러코스터 타기>는 1주일도 채 못돼 인기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 29초영화제 사무국은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홍보영상을 만들어 다음달 1~3일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1`에서 상영하기로 했으며 새로운 작품 제작도 의뢰했다.
이 영화를 만든 주인공은 17세 소녀 4명(김영운 황유정 김보현 정진주 양).강원도 태백시 장성여고 2년생들로 UCC동아리 선리(`착한 댓글`이라는 뜻)의 주축 멤버들이다. 지난 29일 오후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장성여고 교정에서 만난 소녀 감독들은 순박 그 자체였다. 의젓하기까지 했다.
"29초는 생각보다 짧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는 재미로 찍었는데 이렇게 서울에서 취재도 오고 저희들 영상이 세계 석학들에게 소개도 되고.자꾸만 일이 더 커지잖아요. "(황유정)
소녀들이 29초영화제를 알게 된 것은 불과 10여일 전.스마트폰에서 새로운 앱(애플리케이션 · 응용프로그램)을 검색하다 톱10에 올라 있던 29초영화제 앱이 눈에 들어왔다. "저희 넷이서 작년에 찍어 돌려본 <신나는 롤러코스터 타기>가 딱 29초짜리 거든요. 다른 고등학생들에게도 보여주자는 생각에 음악을 얹어서 야밤에 올린 거예요. "(김영운)
전화로 통화할 때는 `까칠하던` 학생들이 카메라 앞에서 너무 친절해졌다고 영상감독이 말하자 네 명 모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우린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가 아니고 따시녀(따뜻한 시골 여자)예요. 얼마나 친절한데요. "(김보현)
본선에서는 수준 있는 작품으로 진짜 `감독`이 돼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동아리 전체의 힘을 모아 아이디어를 짜낼 거예요. 29초영화제라는 `창문`을 통해 강원도 산골 여고 동아리의 힘을 세계에 보여줄 기회니까요. "(정진주)
소녀 감독들은 서울 또래에 비해 훨씬 순진해 보였다. 일부러 `대학 가면 성형수술하고 싶은 사람?` 하고 물었더니 정색을 했다. "우린 `쌍수(쌍꺼풀 수술)` 같은 거 안 해요. 얼마나 개성 있게들 생겼는데요. 생긴 대로 살 거예요. "
혹시 수상을 하게 되면 서울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오겠느냐는 질문에 운동장이 떠나가라 "그럼요!" 하고 외쳤다. 다만 "연예인 누가 오는데요?"라는 여고생다운 질문을 빠뜨리지 않았다.
태백=권영설 전문위원 yskw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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