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여성의 사장 진출을 독려했음에도 국내 대기업에서 여성의 최고위직 승진 확률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 후보군이 될 임원진의 여성 비율이 5%도 안 됐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를 보면 작년 말 기준으로 직원 1천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급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4.7%로 집계됐다. 3년 전인 2007년 말 1.5%에 비하면 2배 이상 늘었지만, 선진국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
국제비영리기구 카탈리스트(Catalyst)가 세계 주요 대기업들을 조사해 지난 5월 발표한 통계를 보면 노르웨이는 여성 임원 비율이 39.5%나 됐다. 이어 스웨덴(27.3%), 핀란드(24.5%), 남아프리카공화국(15.8%), 미국(15.7%) 순으로 여성 비율이 높았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여성 임원은 34명으로 전체 1천760명의 1.9%에 불과하다.
여성 임원 비율은 중소기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았다.
직원 수 100∼299명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8.2%였으며 300∼999명 규모의 기업에서는 5.6%였다. 대기업까지 포함해 전체적으로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7.4%였다.
기업 최고위직인 대표이사직에는 여성을 찾기가 더 어렵다.
여성 대표의 비율은 평균 2.1% 수준이다. 금융업에서는 4.2%로 비교적 높지만, 제조업과 사업지원 분야에서는 각각 2.4%, 1.4%에 그쳤다.
여성 비율은 부장급 10%, 과장급 16.1%, 대리급 25%, 사원급 38.4% 등 아래로 내려갈수록 높아졌다.
기업 승진 과정에서 여성이 차별받는다는 인식에는 상당수 남성도 공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여성의 31.5%가 승진이나 승급에서 차별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근무성적평가와 같은 인사고과에서 차별받은 적이 있다는 여성도 20.3%나 됐다.
남성의 24.2%도 여성이 승진ㆍ승급에서 불이익을 받는다고 답했고, 12.6%는 여성이 인사고과에서도 차별당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성들은 유리천장에 걸려 승진 의지마저 꺾인다는 사실도 조사됐다.
직장에서 어느 직위까지 승진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최고경영자(CEO)라고 답한 여성은 22.6%밖에 안됐다. 같은 응답을 한 남성 비율 46.2%의 절반도 안됐다.
조사를 주도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종숙 연구위원은 "조직에서 성공한 여성의 `롤 모델`이 별로 없다 보니 성취욕이 줄어들고 낮은 지위에 만족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여성도 성공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규모와 업종 등을 고려해 341개 기업 표본을 추출하고 남녀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과 면접 등의 방식을 활용해 조사 결과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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