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4일(이하 현지시각)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폭락하고 시장 불안을 보여주는 `공포 지수`(VIX)도 `레드 존`인 30을 훌쩍 뛰어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월가 관계자들은 지난 2주 사이 투자자들이 `경기 부양이 신기루였음을 절감하게 됐다`면서 이 때문에 투매가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포 그 자체가 공포인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로이터와 CNN 머니는 뉴욕 증시의 3대 지표인 다우존스 지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 그리고 나스닥이 4일 하루에만 4-5%대의 폭락을 기록했음을 상기시키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모두 10% 이상 빠지는 대(大) 조정 국면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VIX의 경우 4일 하루에만 무려 35% 이상 급등해 31.66까지 치솟아 지난해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상승폭도 금융 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 2월 이후 최고인 것으로 분석됐다.
CNN 머니는 VIX가 올들어 77%가량 상승했다면서 30은 `공포 수준이 높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유로 퍼시픽 캐피털의 피터 시프 대표는 CNN 머니에 "월가의 통념은 `경제는 성장한다`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달라졌다"면서 "경기 부양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다른) 침체로 가는 게 아니냐는 경각심이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대 머니 매니저인 블랙록의 봅 돌 수석 증시 전략가도 지금의 상황을 "토탈 공포"라고 표현했다.
스터트랜드 이퀴티의 VIX 옵션거래인 루크 라바리는 블룸버그에 지금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 바로 "공포"라면서 "분명히 시장에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은행의 부실과 유로 채무 위기, 그리고 미 경기 하강을 월가가 특히 걱정한다고 지적했다.
로드 애벗의 밀턴 에즈라티 시장 전략가도 로이터에 "사람들이 어떤 것도 안심할만한 것을 보지 못하는 상황에서 (링위에) 타월을 던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로이터는 증시가 개장일 기준으로 지난 10일 사이 9일이나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약세가 더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다수의 애널리스트가 전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관측은 채권 수익률로도 뒷받침돼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이 지난 50년대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시절 수준으로 주저앉았다고 블룸버그가 4일 전했다.
미 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달리 대안이 마땅치않은 상황에서 `안전 자산` 수요가 몰리면서 미국채 가격이 급등했다는 의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4일 오후 뉴욕에서 전날보다 0.21%포인트 하락해 2.41%를 기록했다. 2년물도 이날 8베이시스포인트(1bp=0.01%) 하락해 기록적으로 낮은 0.25%에 거래됐다.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간다.
노던 트러스트의 채권 담당 콜린 로버트슨 이사는 블룸버그에 "확실한 공포"라면서 "유로 채무 위기와 함께 투자자들이 미국의 더블딥(이중 침체)을 더욱 많이 우려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메릴 린치의 선진시장 분석 책임자 에탄 해리스도 "극심한 공포 때문에 닥치는대로 안전 자산을 사들이는 것"이라면서 "현금 확보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공포 자체에 대한 공포가 크다`는 제목의 5일자 사설에서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정책 당국자들이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서로 기싸움했으나 이제는 그 싸움에 투자자들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불을 끄려는 노력이 `내전 확산` 국면과 맞물리면서 더 이상 효과를 내는 것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사설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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