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권이 정상들의 담판으로 그간 핵심 걸림돌이 돼온 민간 채권단 동참을 이끌어내면서 그리스 2차 구제에 힘겹게 합의함에 따라 이제 공은 민간 채권단이 어떤 식으로 참여하건 `디폴트 처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취해온 신용평가기관들이 이를 실행하면 금융시장에 어떤 충격이 미칠 것이냐로 모아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와 로이터는 22일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및 피치의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이 그간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 동참`에 냉소적 태도를 보여온 점을 상기시키면서 따라서 이들이 그리스에 대해 `선별적` 혹은 `제한적` 디폴트 조치를 취하는 순서가 이어질 것으로 일제히 내다봤다.
그러나 이 조치가 그리스 채권이 아닌 채권 발행국(issuer) 그리스에 대해 취해지는 것이며 2차 구제에 참여하지 않는 민간 금융기관이 보유한 그리스 채권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일각에서 우려해온 엄청난 파급 효과는 나오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또 민간 채권단에 옵션으로 주어진 채권 교환(debt exchange), 차환(rollover) 혹은 조기 환매(buy back) 중 어떤 식으로든 참여가 실행되기 시작하면 무디스 등 이들 3대 신용평가기관이 그리스의 국가 신용도를 `지급 불능` 등급에서는 `가장 양호한` CCC 범위로 상향 조정할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 불안이 상대적으로 완화될 것으로 신문은 덧붙였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유로 정상들이 어렵사리 타결한 그리스 추가 구제 패키지가 신용부도스와프(CDS)를 지급해야 하는 `신용사건`(credit even)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도 지적했다.
CDS는 부도 가능성을 상품화한 것으로 위험 투자에 대한 보험 성격을 띠며 특히 금융시장이 불안할 때 거래가 활발하다.
신문은 CDS 시장을 대변하는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가 민간 채권단의 그리스 구제 참여가 `자발적`이라고 판정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따라서 모든 그리스 투자자가 의무적으로 끌려들어 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사 협회가 이번 조치를 신용사건으로 판정한다고 하더라도 일시적 CDS 지급액이 50억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것이 금융시장이나 해당 은행들의 재무 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이 분석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는 덧붙였다.
로이터도 금융시장에서 그리스를 비롯한 유로 채무 위기국들에 대한 투자자 불안이 이미 해당국 채권 시세에 반영됐기 때문에 신용평가기관들이 예상대로 그리스를 디폴트 처리한다고 해도 엄청난 충격이 추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ING의 알레산드로 지안산티 전략가는 로이터에 10년 만기 그리스 국채 수익률이 16%를 넘어섰으며 그리스처럼 구제받은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의 같은 만기 국채도 각각 13% 수준임을 상기시키면서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그리스가) 디폴트 처리되는 것으로 거래가 이뤄져왔다"고 말했다.
그는 유로권이 그리스 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본격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리스 2차 구제 합의에 더욱 박차를 가해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 역시 기록적인 6%를 오르내리고 있음을 강조했다.
로이터는 그리스가 디폴트 처리돼도 자산 펀드들의 대거 투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면서 다수가 이미 그리스 채권을 `투기 수준`으로 판단해 필요한 만큼 처분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로이터는 한 예로 영국에 등록된 2천98개의 채권과 복합상품 자산 펀드 가운데 141개만이 그리스 상품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톰슨 로이터 산하 분석기관인 리퍼가 집계했다고 전했다.
이들 펀드의 그리스 채권 노출 비율도 평균 0.72%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모두 2천억파운드의 자금을 운용하는 M&G의 금융시장-국채 분석 책임자 타마라 부르넬은 로이터에 "단기 매매보다는 장기 보유를 겨냥해 운용되는 펀드들이 그리스 채권을 더 많이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신용평가기관의) 등급 판정보다는 스스로 평가하고 판단해 투자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신용평가기관들이 2차 구제를 받는 그리스를 예상대로 디폴트 처리해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으로 다수의 전문가가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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