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연 초부터 정부가 물가를 단속하겠다며 식품업계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빠져나갈 구실이 없지는 않습니다.
같이 가격을 올리고도 자진 신고하면 과징금을 빼주는데 이러고도 물가가 잡힐 지 모르겠습니다.
이지은 기자가 직접 취재했습니다.
<기자>
지난 달 치즈업체 4곳은 올 들어 식품업체로는 가장 많은 과징금인 106억 원을 부과 받았습니다.
지난 2007년부터 정기적으로 만나 치즈 가격을 같이 짜고 올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정작 모임을 주도한 서울우유는 담합을 자진 신고해 36억 원이나 되던 과징금을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심지어 이 사실을 가장 먼저 털어놓은 동원데어리푸드는 한 푼도 물지 않게 됐습니다.
바로 직전 고추장 담합 때도 상황은 비슷해, 대상은 CJ제일제당보다 더 많은 금액을 리니언시를 통해 구제 받았습니다.
<녹취> 식품업체 관계자 (음성변조)
"식품업계에 요즘 공정위 조사가 많아져서 서로 (리니언시를) 하려는 분위기입니다. 과징금을 면제받으니까 가뜩이나 힘든데 눈치 보여도 되기만 하면 좋죠."
이렇다보니 함께 가격을 인상했던 식품업체들은 선수를 쳐서라도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또 다른 식품 담합을 곧 제재할 예정인 가운데 조사받은 회사 중 한 곳도 미리 손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뻔히 얌체 행동인 것을 알면서도 최근 원가 부담으로 적자를 떠안은 식품업체로서는 유혹을 또 받고 있는 셈입니다.
<인터뷰> 조성봉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정부가 올 상반기 물가 관리를 집중해 식품업체들은 올려야 할 가격을 다 못 올렸습니다. 하반기에도 가격 인상 압력이 이어지면 이런 유혹에 더 시달릴 수밖에 없어보입니다."
결국 빠져나갈 곳은 다 빠져나가면서 식품업체끼리 뒷통수 치게 만드는 지금 같은 물가 관리에 과연 무엇이 남을 지 돌아볼 일입니다.
WOW-TV NEWS 이지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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