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금융 비리 사건으로 국내 저축은행에 대한 예금자들의 불안이 높아지는 가운데 제일저축은행 임직원이 금품을 받고 거액을 불법 대출한 사건이 발생하자 이 은행 일부 지점에서는 예금인출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정상 영업 중인 제일저축은행 서울 중구 장충점에는 4일 오전 9시께부터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 3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이 은행 전 직원 15명이 창구로 나와 고객을 응대하고 있지만 계속 밀려드는 인출 인파를 감당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1층 창구 주변과 로비는 예금 인출 대기자로 가득 찼고, 3,4층은 대기번호표를 받으려는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섰다.
번호표는 900장 이상 배부돼 이날 오전 11시께 현재 160번대 대기자의 인출 상담 등이 진행 중이고, 은행 정문 앞과 창구에서는 ''언제 내 차례가 오느냐''는 질문이 쏟아지고 있다.
은행 측은 ''고객 안내문''을 통해 "이번 사건은 개인적인 금품 수수로 인한 사건으로 부산저축은행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안"이라고 설득했지만, 예금자들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표정이다.
예금자 이모(48.여)씨는 "부산저축은행 사건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 은행측이 자세한 얘기를 해주지 않아 불안하다"며 "5천만원 예금 전액을 찾으려는데 오늘 찾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모(65)씨도 "개인 비리라 크게 염려하지 않지만,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통해 봤을 때 정부나 금감원을 믿을 수 없다. 내 예금이 어떻게 되는지 문의하고 싶어서 왔다"고 했다.
은행 측은 "최대한 빨리 처리를 해 주려고 한다"며 "고객이 너무 많이 몰려 요일별로 나눠 질서 있게 인출할 수 있도록 분산 안내하겠다"고 설명했다.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는 전날 금품을 받고 부동산개발업체 시너시스 등에 600억원을 불법 대출해준 제일저축은행 총괄책임자 유모(50) 전무이사를 금품수수 혐의로, 금품을 제공한 시너시스 대표 공모(50)씨를 금품공여 등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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