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회원국에 대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네 예산은 올해도 상당 비율 증액하려고 하자 영국과 독일 및 프랑스 등 주요 출연국이 일제히 반발해 귀추가 주목된다.
EU 집행위는 2012년 예산으로 지난해보다 4.9%, 62억유로 증가한 1천327억유로(한화 근 143조3천200억원)를 신청했다.
집행위는 지난해에도 예산 6% 증액을 요청했다가 심리에서 2.91%로 상승폭이 대폭 깎인 바 있다.
EU의 야누스 레반도프스키 예산담당 집행위원(폴란드 출신)은 20일 "내년 예산안이 비용 절감과 역내 성장 지원간의 세심한 균형을 이뤄 마련된 것"이라면서 지난 2007년 합의된 EU의 7개년 역내 개발 지원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도 불가피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반도프스키는 그러나 EU 예산 증액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점을 인정하면서 따라서 "심리 과정에서 치열한 논의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집행위의 내년 예산안에 대해 영국이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20일 "EU가 역내국에 대해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요구하면서 정작 자기네 예산은 늘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다른 회원국들과 긴밀하게 협력해 (올해도) 대폭 삭감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네덜란드의 얀 키스 데 야거 재무장관도 인플레를 빙자해 예산을 이처럼 늘려달라는 것은 "균형감을 잃은 것"이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도록 강요돼온 우리 국민에게 이것을 어떻게 설명하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012년부터 EU 예산을 동결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프랑스, 독일, 핀란드 및 네덜란드와 벌여왔다. 이들 5개국은 EU 예산의 절반 가량을 출연한다.
캐머런은 지난해에도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및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공동 서한을 보내 EU의 예산 내핍을 압박했으며 이것이 일부 효력을 발휘해 2011년 예산 증액폭이 대폭 축소된 바 있다.
레반도프스키는 영국이 이처럼 EU 예산 감축에 앞장서온 것을 감안한 듯 EU 예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개발 지원 프로그램이 영국에도 혜택을 주는 것이라면서 한 예로 영국-아일랜드간 송전망 연계를 위해 올해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많은 2천400만유로가 지원되는 점을 상기시켰다.
그는 EU 예산안 가운데 회원국 구조 및 결속 지원 기금의 경우 지난해보다 8.4% 증가한 451억유로가 책정됐다면서 이 돈의 대부분이 회원국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프로그램의 경우 지원을 줄였다면서 한 예로 장기간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유럽 위치 추적 시스템인 갈릴레오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예산이 2천490만유로 깎였다고 지적했다.
레반도프스키는 집행위 예산도 최대한 내핍하는 쪽으로 책정했다면서 이것이 EU 전체 예산의 6%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EU 예산은 집행위와 회원국의 정부 및 의회간 협의를 거쳐 오는 12월까지 승인돼야 한다.
관측통들은 EU 예산이 27개 회원국 전체 예산의 1% 가량에 불과하며 EU 예산 가운데서도 논란이 집중되는 부분은 5% 정도에 그치지만 유럽의 재정 위기와 관련해 내핍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도덕적 해이''란 비판이 가해지는 심리적 차원의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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