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식음료 제품을 ''리뉴얼'' 또는 ''업그레이드'' 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가격 인상 효과를 보는 기업이 늘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제과는 지난해 ''월드콘 오리지날''에 초코 비스킷을 더한 ''월드콘 와퍼''를 내놓은 데 이어 최근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와 고농축 우유, 아몬드 등으로 원재료를 고급화한 ''월드콘 XQ''를 내놓았다.
''월드콘 와퍼''와 ''월드콘 XQ'' 모두 ''월드콘 오리지날''보다 33.3%(500원) 비싼 2천원에 판매되고 있으며 ''와퍼''는 원 제품과 같은 중량이고 ''XQ''는 9.3%(15㎖) 중량이 늘었다.
롯데삼강 ''구구콘''의 새로운 버전인 ''구구콘 스타'' 역시 중량은 9.7%(15㎖) 많고 가격은 33.3%(500원) 비싼 2천원에 판매되고 있다.
''구구콘 스타''는 1A등급 파스퇴르 우유를 사용한 프리미엄 제품이라고 롯데삼강은 설명했다.
동서식품은 ''맥스웰하우스''를 리뉴얼 하면서 커피 생두 표면을 한 차례 더 가공해 끝 맛을 부드럽게 하는 ''폴리싱(polishing) 공법''을 적용하고 400g짜리 포장 제품을 100~200g짜리 제품으로 바꿨다.
400g에 1만9천500원 하던 블루마운틴 원두는 200g에 1만2천400원으로, 400g에 1만5천300원이던 모카는 200g에 8천600원으로 각각 바뀌었다.
g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각각 27.2%, 12.4%씩 오른 셈이다.
농심이 15일 출시하는 ''신라면 블랙''은 대형마트 기준으로 4봉지 한 묶음에 5천280원, 개당 1천320원으로 기존 신라면(개당 584원)보다 2.3배가량 비싸게 팔릴 예정이다.
''신라면'' 출시 25주년에 맞춰 명품급을 표방하면서 내놓은 제품으로 우골 설렁탕에 착안, 영양균형을 맞췄다는 게 농심의 설명이다.
이들 업체는 웰빙 트렌드에 맞춰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으려면 제품의 프리미엄화를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신제품을 내놓는다고 기존 제품을 단종하는 것이 아니며 원재료를 고급화하거나 공정을 바꿔 제품의 질을 높인 제품을 추가함으로써 상품군을 다양화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주장이다.
롯데제과 관계자는 "질을 높여 기존 제품과 다른 신제품을 내놓았을 뿐이고 기존 제품 역시 생산을 계속하므로 소비자는 두 제품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으니 가격 인상으로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식품업체들은 가격을 제조사가 아니라 유통업체가 결정하는 ''오픈 프라이스''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직접 가격을 올리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식품업체가 판매가를 결정할 수 없더라도 출고가를 조절할 수 있고, 아예 새로 개발한 제품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기존 제품에 약간의 덧칠을 해 비싼 값에 내놓는 것은 손쉽게 가격을 올리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직장인 김모(34) 씨는 "맛이나 품질 면에서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며 "값을 올리려고 이름과 포장만 바꾼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트위터에서도 "2천원짜리 아이스크림콘을 사먹느니 차라리 500원 더 비싼 아이스크림 전문점에서 사먹는 게 낫겠다", "이러다 다른 제품도 덩달아 값이 오르는 게 아니냐" 등 제품 ''업그레이드''를 사실상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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