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나오토 일본 총리가 관료들을 제쳐놓고 자신이 직접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 대응 일선에 나선 ''통치 방식 실험''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간 총리가 직접 나선 것은 사고 초기에 원전운영업체인 도쿄전력과 경제산업성 등 관료 체제가 삐걱거리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사고 직후 간 총리는 관련 법에 따라 자신을장으로 하는 사고 대응 본부를 구성했으나, 지난달 12일 원자로 1호기의 수소폭발 모습이 TV로 방영된 뒤에도 총리실에 보고가 한 시간이나지연되는 등 일본 관료제 특유의 늑장 대응이 계속됐다.
결국 격분한 간 총리는 지난달 15일 새벽 도쿄전력 본사로 직접 달려가 도쿄전력과 통합대책본부를 구성, 자신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받고 지시하는 ''직할 체제''를 갖춰 사태 전면에 나섰다.
지난 1996년 혈액약제에 의한 에이즈 감염 사건 당시 후생상으로서 관료 체제의 잘못을 파헤쳐 인기를 얻은 ''반 관료주의자'' 간 총리가 이번 원전 사고도 당시와 같은 관료제와 대기업 담합 체제의 문제로 인식했다는 것.
이처럼 간 총리가 일선에 나선 결과 지난달 19~20일 도쿄소방청 소속소방대를 원전 냉각 작업에 긴급 투입하는 등 일부 사례에서는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간 총리가 사고 대응에 직접 깊숙이 관여함에 따라 일본 정치권 내에서는 놀라움과 함께 간 총리의 임기응변식 직접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WSJ는 소개했다.
전 경제산업성 관료 출신으로 원자력 비상사태 계획을 입안했던 후쿠시마 노부유키 민주당 의원은 원래 절차에는 각각의 책임이 명확히 매뉴얼에 규정돼 있으나 간 총리가 이를 무시했다며 "총체적 혼란이다. 누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사고 원전 반경 20㎞ 바깥에서도 높은 방사선 수치가 검출된 사실이 지난달 23일에서야 뒤늦게 공개된 데 대해서도 총리 측은총리가 직접 개입해 분노를 표시한 결과 데이터가 공개됐다고 밝힌 반면, 후쿠시마 의원은 기존 절차에 따랐으면 해당 데이터가 즉각 공개 가능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치권 밖에서는 간 총리가 원칙면에서는 옳았지만 실행면에서는 총리 자신이 너무 많은 일을 하려 하다가 실수했다는 의견이 많다고 WSJ는 평가했다.
이와이 도모아키 니혼대 정치학 교수는 민주당이 아마추어여서 "위기관리 장악력이 약했다"고 평혔고, 간 총리와 친분이 깊은 야마구치 지로 홋카이도대 교수는 지난주 간 총리를 면담해 "이제 서로 탓하는 것을 그만두고" 관료들을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정부가 집권 이후 폐지했던 고위 관료 회의를 부활해 대지진 구호ㆍ복구 계획을 협의하는 등 이러한 조언을 받아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WSJ는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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