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주가지수의 등락이 심하고 증시 전반에 걸쳐 불확실성이 커지자 고위험·고수익 상품보다는 제한된 위험을 안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ELS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 ELS 발행 규모는 3조1천532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8년 6월의 3조6천728억원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03년 ELS 집계가 시작된 이후 월간 발행 규모가 3조원을 넘어선 것은 2008년 4월과 같은 해 6월, 올해 1월 등 단 세 번뿐이다.
2월 들어서도 ELS 발행 규모는 2조7천285억원에 달했다.
금융위기 이후로 따지면 1월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발행 규모다.
또한, 2월의 경우 설 연휴 등으로 영업일수가 짧은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올해 1~2월 두 달간 발행된 ELS 규모만 해도 지난해 전체 발행 규모인 25조92억원의 4분의 1 수준에 해당한다.
발행 건수 면에서도 1월 ELS는 2003년 집계 이후 최고치인 1천238건을 기록했다.
2월 ELS 발행 건수도 1천175건으로 지난해 11월 이후 4개월 연속 1천100건 이상을 기록했다.
ELS는 주가지수 또는 개별 종목 주가 등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만기까지 기초자산의 가격이 정해진 범위에서 움직이면 수익이 발생하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면 원금만 지급되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주식 직접 투자와 비교하면 위험도는 낮으면서 채권 투자에 비해 기대 수익률은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올해 ELS 발행이 급증한 것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ELS의 이러한 특성 때문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유로존 재정위기 등으로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비교적 안정적인 ELS가 주식 대안상품으로 부각된 것이다.
여기에다 채권은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ELS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집중되고 있다.
동양종합금융증권 이중호 연구원은 "국내 상황을 보면 주식과 채권 이외에는 마땅히 투자할 게 없다. 이런데 주식과 채권의 투자 매력까지 떨어지자 투자자들이 대안상품으로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지닌 ELS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 12월부터 급성장하고 있는 퇴직연금이 ELS를 운영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진 점도 ELS 발행규모나 건수가 크게 증가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박진수 연구원은 "증시의 불확실성 속에 손실위험도 커지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수익 예측 가능성이 큰 투자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투자 대비 손실 가능성은 낮은 반면 예측 가능성은 높은 ELS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ELS는 얕은 조정에는 강하지만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는 하락에 따른 손실을 투자자가 전부 부담하게 된다.
또한, 손절매 등 손실 방어수단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주식 투자자보다 더욱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박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제시된 높은 수익률에 현혹돼 ELS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높은 수익률은 일반적으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간이 좁게 설정돼 기초자산 변동폭에 따라 수익이 줄어들거나 손실을 볼 수 있는 함정이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최대한 위험을 피하고 싶다면 기대 수익이 다소 적더라도 수익이 날 수 있는 구간이 넓은 상품을 선택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