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사태의 여파로 전국에 ''돼지 파동''이 일고 있다.
대량 살처분의 후유증으로 어미돼지 한 마리 값이 100만원 안팎으로 최대 2배가량 치솟고 거래 물량마저 찾기 힘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 틈을 타 수입돼지를 가축농가에 팔려는 중개인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구제역이 종식되더라도 무너진 축산 기반을 회복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5일 축산업계에 따르면 강원도에서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어미돼지 값이 작년 12월 구제역 사태 발생 이전에는 50만원대였으나 지금은 80만~100만원으로 급등했다.
어린돼지(30㎏)의 가격 또한 13만7천원에서 19만7천원으로 30%가량 뛰었다.
이는 도내에서 기르던 55만여마리의 돼지 가운데 70%에 이르는 39만여마리가 살처분된 데 따른 것이다.
양돈농가들은 보통 어미돼지를 사서 새끼를 낳게 한 뒤 키워 출하하고 있다.
새끼돼지는 사료비 등 키우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새끼돼지를 사들이는 양돈농가는 강원지역에서 5%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강원양돈농협 관계자는 "양돈농가들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어미돼지를 사야 하는데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어미돼지 값이 최고 120만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지역에서는 120㎏짜리 어미돼지 값이 15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구제역 사태 이전에는 70만~80만원에 거래됐다.
충주지역에서도 어미돼지 가격이 55만~60만원에서 100만원대로 급등했다.
정철근 충주시 양돈협회장은 "농가 입장에서는 구제역이 종식되지 않아 마음대로 살 수도 없는 형편"이라고 전했다.
돼지 대량 살처분으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인천지역 도축장에서는 암퇘지의 경매가격이 종전 ㎏당 5천원에서 지금은 7천원으로 올랐다.
이처럼 국산 돼지 가격이 급등하고 거래 물량마저 자취를 감추면서 농가와 관공서 등을 찾아다니며 수입 돼지 구입을 권유하는 중개인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이들은 캐나다산 50㎏짜리 돼짓값으로 150만원까지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행우 양주시 양돈협회장은 "돼지가 없다 보니 농가에서 수입 돼지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10%를 넘는 불임률과 사료 값 등을 고려하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며 "수입 돼지를 샀다가 피해를 볼 수 도 있다"고 말했다.
양돈농가들은 "어미돼지와 새끼돼지가 급감하면서 양돈산업의 자립 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라며 "안정적인 수급 조절을 위한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돼지와 달리 소 값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기도에서 도축을 위해 공판장에 나온 30개월짜리 거세 한우(400㎏짜리 최고 등급)의 거래가격은 640만원으로, 구제역 사태 이전의 800만원보다 160만원이나 떨어졌다.
소는 돼지보다 살처분 규모가 작고 구제역 여파로 찾는 사람이 줄어든 가운데 쇠고기 수입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한우농가들은 소를 팔아도 사료 값 280만~300만원을 빼고 나면 인건비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곽근원 안성시 육우협회장은 "구제역 이전에 750~800㎏짜리 육우는 500만원가량 받았는데 지금은 320만원가량으로 폭락했다"며 "연간 전체 출하물량의 30%가 설 명절에 소비되는데 정부가 출하를 못 하도록 한데다 수입 쇠고기도 많이 들어오면서 설 이후에는 값이 더 내려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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