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복지정책의 방향에 대한 논의가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런 이분법적 구분은 불가능하며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발표한 ''복지정책 조준의 개념과 필요성''이란 보고서에서 "정책과정에서 보편주의와 선별주의의 이분법적 선택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편적 프로그램과 선별적 프로그램은 개별 프로그램 차원에서 구별하기 어려우며 모든 국가는 필요에 따라, 사회가 기반을 둔 가치구조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중이 다를 뿐 양자를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특히 KDI는 무상급식으로 불거진 보편적 복지 논쟁은 잘못된 개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KDI는 학교급식은 현재 급식비를 낸 학생이나 내지 못한 학생, 면제받은 학생 등 모두가 이용하고 있으며 급식비를 내지 못한다고 급식에서 제외되는 구조가 아니므로 이미 학생이라는 인구집단 전체에게 급식이라는 혜택을 제공하는 보편적 복지제도라고 밝혔다.
반면 ''무상급식''은 사용자 부담과 조세지원으로 이뤄진 현재의 급식 재원구조를 조세만의 구조로 바꾸자는 논의일 뿐 급식혜택의 대상을 넓히자는 내용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무상급식과 관련한 논의는 기존의 보편적 복지 대 선별적 복지 논의와 같은 것으로 전제되고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재원조달구조와 관련한 논의로서 복지정책의 보편성 여부와 등치 시킬 수 없다고 KDI는 밝혔다.
아울러 KDI는 서구의 사례를 보면 복지의 이분법이 정책적인 유효성을 상실했으며 이런 이분법을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정책조준''을 제시했다. 정책조준은 대상집단과 급여를 확대하거나 축소하면서 목표와 프로그램 설계를 일치시키는 과정을 말한다.
KDI는 "서구 국가들은 재정운용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했으며 ''항구적 긴축'' 시대에 돌입했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정책조준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이상적 모델로 간주하는 스웨덴의 복지 정책과 관련해 KDI는 "스웨덴 은행 노벨상 위원회 린드벡 위원장이 주도한 경제적 효율 중시 입장의 린드벡 위원회와 좌파 수호적 입장의 팔메 위원회, 복지의 지속 가능성을 목표한 좌파정당 주도의 스벡포 위원회 등이 모두 정치적 성향의 차이에도 전통적인 보편성 원칙을 부분적으로 포기하면서 복지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 노력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KDI는 "보편성과 선별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사전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후발자의 이득을 전면적으로 포기하는 것"이라며 "선험적인 선호를 배제한 채 프로그램 각각에 대해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각 프로그램의 설계는 보편성과 선별성을 양끝으로 하는 스펙트럼 가운데 정책의 목표에 가장 맞는 지점을 선택하면서 정책조준을 근본적 원칙으로 전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KDI는 또 "재정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적 정치논리가 아닌 명확한 정책조준 아래서만 복지프로그램이 도입될 수 있도록 하려면 정책목표의 적절성과 효과성을 입증하고 이를 제도설계와 일치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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