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도 속전 속결형이 있는가 하면 장기전을 요하는 질환이 있다. 그 중 장기전에 속하는 병 중 하나가 아토피성 피부염을 들 수 있다. 체질에 따라 각각 차이는 있지만 완치되기까지 계속되는 심한 가려움증에다 심하면 성격 장애까지 일으키는 아주 기분 나쁘고 성가신 병이다.
그런데 이것은 호흡기 계통의 천식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오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이라는 유사점 외에도 한편에서는 ‘아토피성 피부염이 나빠지면 천식이 좋아지고 천식이 좋아지면 아토피성 피부염이 악화된다’는 말이 떠돌 정도로 여러 면에서 상관성을 지닌다.
그러나 이 말에 대한 사실 여부를 가리자면 딱히 그렇다고도 아니라고도 할 수 없는 입장이 현재 의학계의 위치이다. 아토피성 피부염과 천식의 관계는 이전부터 자주 논의 되어왔고 실제로 상당수의 의사가 그러한 경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으며, 자연 경과 중에 그러한 사실을 입증하는 예도 제법 된다.
다만 여름에 땀을 흘리거나 겨울에 건조해서 피부의 증상이 악화되는 것에 비해 천식은 환절기에 악화되기 때문에 계절의 특성상 서로 반대 관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경우이다. 즉 아토피성 피부염과 천식이 동시에 악화되거나 동시에 호전되는 경우 역시 실재하므로 이것을 한꺼번에 뭉 뚱그려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애매한 상식 때문에, 천식과 아토피성 피부염을 함께 가진 환자의 경우 천식에 대한 염려 때문에 아토피성 피부염의 치료를 멀리한다거나 그 반대로 아토피성 피부염을 좋아지게 하기 위해 쌕쌕거림을 그대로 두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쪽을 희생하고 치료를 한 아이도 없진 않았지만 그것은 최악의 경우에 시도하는 해결책일 뿐이다. 오히려 한의학에서는 둘 다 치료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실제로도 동시에, 또한 깨끗이 완치될 수 있다.
이렇듯 천식과 관계가 있는 아토피성 피부염의 증상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아토피성 피부염은 대체로 유전적 경향이 많은데, 태열이 있는 어린이에게 많이 나타나고, 생후 2~3개월 무렵에는 머리에서 얼굴에 걸쳐 홍반이 발생해 곧바로 전신에 퍼지며 좀처럼 낫지도 않는다. 또한 재발도 잦다. 4~10세 무렵에는 무릎 안쪽이 두꺼워져 가렵고 이것은 이마, 목, 엉덩이 등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을 경험한 유아의 10%정도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아토피는 지켜보는 가족도 슬프지만 아토피를 겪는 아이들의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힘이 든다. 염증 자체를 낫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토피는 비염이나 천식 등 합병증이 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
대개 아토피성 피부병에 걸린 어린이는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으로 발전하는 ‘알레르기 항진’ 현상을 보인다. 하지만 아토피성 피부병을 초기 단계에서 치료할 경우 알레르기성 천식이나 비염으로 악화되는 것을 절반이상 줄일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피부 문제의 근본적 이유를 ‘폐’에서 찾는다. 동의보감에서도 “폐주피모(肺主皮毛)”라고 해서 폐가 피부와 모발을 주관한다고 여긴다. 즉 폐가 열을 받아서 진액이 마르게 되면 피부가 건성으로 변하기 때문에 폐가 허한 체질의 사람이 스트레스나 인스턴트 음식, 대기오염, 새집증후군 등의 환경에 노출되면 피부에 열이 나고 이로 인해 가렵고 붉은 증상의 아토피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한방약으로는 현대인의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각 병증과 체질을 고려한 후 황련, 황백, 치자, 황금 등이 들어간 황련해독탕(黃連解毒湯)을 이용하여 기(氣)의 순환을 좋게 하고 열을 가시게 하여 준다. 붉은 기와 질척함이 심하면 특히 하반신에 심할 경우엔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이 좋다. 아토피와 비염, 천식 등 코 알레르기 질환과 함께 동반된 경우라면 YD영동탕을 이용해 폐기능을 강화하고, 몸의 전반적인 면역기능을 향상시켜 주어 “아토피, 천식” 이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도록 한다.
요즘 아이들은 패스트푸드와 같은 인스턴트식품이나 인공 음료를 선호하는데 아토피, 천식과 같은 질병을 갖고 있을 경우에는 더욱 안 될 말이다. 또한 그러한 인스턴트식품이 아니더라고 어떤 음식을 먹은 뒤 그 증상이 악화된다면 그 음식도 식단에서 제외해야 한다.
가정요법으로는 영지와 대추, 감초를 달여 하루 여러 차례 복용시키면 좋다. 또는 칡(갈근)이나 국화를 달여서 수시로 마시면 가려움이 없어진다.
(도움말=강남 영동한의원 경희대 외래교수 한의학박사 김 남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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