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기성 세대라면 캐쥬얼 브랜드인 헌트와 브렌따노, 언더우드 등의 브랜드를 한 번쯤 들어 보셨을텐데요,
최근에는 유니클로와 자라, 망고, 갭(GAP) 등 제조와 유통을 일괄화한 의류 제품인 이른바 SPA 브랜드들이 국내 중저가 의류시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유통업체들이 나서서 빼앗긴 시장을 다시 찾아오겠다고 선언했지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양재준 기자가 심층 취재했습니다.
<기자> 최근 개장한 서울의 한 백화점입니다.
글로벌 SPA 브랜드인 자라와 망고, 유니클로, 갭 등 젊은 층을 겨냥한 매장들이 들어서 있습니다.
SPA브랜드란 제조와 유통을 일원화한 의류 제품으로 최근 중저가 의류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최근 패션 시장은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샤넬 등 명품 중심의 고가 상품과 자라, 망고, 유니클로 등 실속형 상품으로 양극화된 상황입니다.
이러한 소비 패턴에 맞춰 이들 브랜드들은 빠른 트렌드를 반영하고 지속적인 신상품 개발로 해마다 두자릿수 이상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게 유통업계의 설명입니다.
<인터뷰> 허성목 롯데백화점 청량리점 여성팀장
"성공요인은 우선 원가절감을 통한 글로벌 소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데 있구요, 통상 일반 브랜드 대비해서 가격이 20~30% 저렴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1~2회 정도 신상품 입고를 통해 상품 회전율을 높임으로써 항상 새롭고 다양한 상품 구색을 고객들에게 제안함으로써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글로벌 SPA 브랜드들이 자리잡은 시장은 우리에게 아쉬운 부분이 많습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행했던 헌트(Hunt)와 브렌따노(Brentano), 언더우드(Underwood) 등 젊은 캐쥬얼 브랜드들은 지금의 SPA 브랜드와 같은 시장을 파고 들었습니다.
당시 이들 브랜드를 런칭한 (주)이랜드는 고가 브랜드와 저가 시장 의류만이 존재한 상황에서 ''중저가 브랜드 의류'' 시장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랜드의 시도는 엄청난 소비자들의 반향을 불러 모았고, ''헌트''와 ''언더우드'' 등 내놓는 브랜드마다 성공의 신화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2010년 국내 패션업체들은 중저가 의류시장 자리를 자라와 망고, 유니클로 등 외국 브랜드에게 넘겨 줬습니다.
중저가의 대명사로 불렸던 ''헌트''는 국내에서 사업을 접었고, 언더우드, 스코필드, 브렌따노 등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습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기자> "그동안 제일모직과 LG패션, SK네트웤스 그리고 최근 폴로와 결별한 (주)두산 등은 중고가 캐쥬얼 시장을 겨냥해 왔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패션업체들은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결국 해외업체들에게 중저가 브랜드 시장을 빼앗긴 것입니다."
국내에서 사실상 패션사업을 철수한 이랜드는 중국으로 무대를 옮긴 상황.
지난 상반기 이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거둔 매출액은 5천32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습니다.
국내에서 사라진 브랜드인 이랜드를 비롯해 스코필드, 티니위니 등 17개 브랜드가 성황중에 있습니다.
글로벌 경영을 외치며 국내 패션업체들은 중저가 내수 시장을 버렸지만, 그 떠난 자리를 해외업체들이 고스란히 독식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중저가 브랜드 시장에 SPA 브랜드를 키우겠다고 너나없이 달려들고 있습니다.
<인터뷰> 이철우 롯데백화점 사장
"갈수록 백화점간의 차별화되고 특성이 있는 구매기획자(MD)가 상당히 필요하다는 것은 크게 대두되고 있는 바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세계 일찍이 SI라는 사업을, 브랜드 사업을 해오고 있습니만, 저희들도 저희들만 가진 브랜드, 특성이 있고, 차별화된 브랜드 사업을 해 나가겠다는 얘깁니다."
신세계 역시 이마트 매장에 최근 데이즈(Daiz)라는 SPA 브랜드를 런칭하는 등 패션성을 대폭 강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익성을 이유로 국내 패션업체들이 외면했던 중저가 브랜드 시장에 다시 유통업체들이 진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생력을 잃었던 중저가 의류시장을 국내업체들이 되찾아 오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WOW-TV NEWS 양재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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