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나 둘째 아이를 낳은 후 한두 번 정도 자연유산이나 계류유산을 경험하는 여성들이 꽤 많다. 이미 자녀가 있기 때문에 충격이 덜하긴 하지만 유산 이후 더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불임 상태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특히, 아직 자녀가 없는 상태에서 연거푸 유산을 경험하게 되면 그 정신적 상실감과 충격은 대단히 크다. 임신을 하게 되도 겁이 날 뿐 아니라 또 유산이 되지 않을까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임신한 후 20주가 되기 전에 유산하는 일이 연속 3회 이상 일어날 경우 이를 ‘습관성 유산’이라고 한다. 보통 임신 20주 이전에 생기는 자연유산의 빈도는 약 15~20% 이며, 습관성 유산의 빈도는 전체 임신의 1~3%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습관성 유산이 되면 불임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따라서 유산이 연속으로 2번 일어났을 때, 더 이상 임신을 하기 전에 유산의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검사가 필요하다.
습관적으로 유산이 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태아나 부모의 염색체에 이상이 있을 경우다. 특히 부모의 염색체 이상은 가장 확실한 습관성 유산의 원인으로 자연 유산의 50% 정도에 해당된다. 이렇듯 유전자 이상으로 유산이 반복될 경우에는 자연 임신을 피하고, 시험관 아기 시술을 이용하여 정상 염색체를 가진 배아만 자궁 내에 착상시키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두번째는 해부학적으로 자궁 모양에 이상이 있는 경우다. 선천적 기형으로는 불완전 뮐러리안관 융합 혹인 중격흡수결함 자궁경부기형 등이 있을 수 있다. 자궁내 중격이 있는 경우 자연유산의 위험도는 60%이며 임신 2기때 흔히 일어난다. 후천적 기형으로는 자궁내 유착, 자궁근종, 용종, 자궁내막증 등이 있을 경우에도 유산이 될 수 있는데 대개 치료를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세번째는 최근 많이 조명되고 있는 면역학적 원인이다. 임신부의 면역체계에서 봤을 때 태아와 태반은 모체의 자궁에 형성된 타 장기이다. 따라서 면역체계에서는 이상 반응이 일어나게 된다. 하지만 계속해서 임신이 유지되는 것은 면역학적으로 태아에 대한 면역 거부 반응을 방지하는 차단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이러한 태아 모체의 면역 반응에 변화가 초래되어 착상 장애와 불임을 일으키거나 초기 임신의 유산 및 산과적 합병증을 야기시킬 수 있다. 이럴 때는 아스피린이나 헤파린(항응고제), 면역 글로불린 등을 주사해 임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대개 원인을 알 수 없는 유산일 경우, 면역학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그 밖의 요인으로는 호르몬, 감염, 약물복용, 영양결핍, 만성질환, 스트레스 등이 있으며 방사선에 노출되거나 유독성 물질에 노출된 경우도 자연유산이 초래되거나 선천성 기형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산모가 가지고 있는 당뇨병과 갑상선 기능 저하증도 반복적인 유산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전에는 의료진과 논의가 꼭 필요하다.
유산을 2회 정도 경험하게 되면 산부인과에 찾아와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하지만 뚜렷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유산인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우 대체적으로 산모의 스트레스, 과로, 음주, 흡연 등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습관성 유산을 줄이기 위해서는 원인이 명확한 경우 이를 치료하거나 자연 임신 대신 시험관 시술을 하면 임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유산’ 자체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조급하게 임신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릴 필요가 있다. 이럴 때는 오히려 마음을 편안하게 먹고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는 것이 임신율을 높이는 방법이다.
또, 평소 과음과 흡연 습관을 버리고,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잡힌 식사, 충분한 수면으로 기초 체력을 다지고, 자궁을 항상 따뜻하게 해주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글 / 인권분만연구회 회장 산부인과 전문의 김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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