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은 영화 ''아바타(AVATAR)''의 해였다.
3D의 대형 스크린 영화를 예매하기 위해 명절 때 귀성 열차표를 사는 열정으로 꼭두새벽에 컴퓨터를 켜야 했으며, 실패하고 나선 2D로 일단 본 다음 다시 3D를 보기 위해 예매 열기가 식기를 기다려야 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 매출 1천200억 원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당연히 미국에서도 7억 달러의 판매수입을 이루며 영화 흥행사상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흥행 순위는 물가상승이라는 중요한 요소를 간과한 것이다.
영화가 개봉됐던 해의 물가수준을 고려하여 조정한 미국 내 역대 판매수입 순위를 보면 1위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9)''이며 그 뒤를 ''스타워즈(1977)'', ''사운드 오브 뮤직(1965)''이 잇고 있다.
동 기준에 의하면 ''아바타''는 역대 12위 수준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시점의 명목금액을 비교하려면 물가지수를 이용해 기간 중의 물가 변동을 조정하고 살펴봐야 한다.
이자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은행에 예금하고 받는 원리금은 기간 중의 인플레이션을 조정해야만 실질적인 부의 증가를 제대로 측정할 수 있다.
은행에 100만원을 예금하여 1년 후 5%의 이자를 받았다고 해 보자.
돈이 100만원에서 105만원으로 늘어났으니 1년 전보다 더 부자가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중요한 것은 가지고 있는 돈의 액수가 아니라 그 돈으로 얼마나 물건을 살 수 있는가, 즉 구매력의 변화이다.
1년 동안 물가가 5% 상승했다면 105만원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은 전과 동일하기 때문에 부는 증가하지 않았으며, 물가가 7% 상승했다면 구매력은 오히려 줄어 실질적인 부가 감소한다.
즉 실질구매력은 물가상승률이 이자율보다 낮은 경우엔 그 차이만큼 늘어나지만 물가상승률이 이자율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감소한다.
여기서 원금에 대한 이자의 비율을 명목이자율이라 하고 이 명목이자율에서 물가상승률을 차감한 것을 실질이자율이라 한다.
초인플레이션 사례를 보면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구매력의 감소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1946년 7월중 헝가리의 물가상승률은 4.19x1016%로 일평균 207%에 이르러 15시간마다 물건 값이 두 배가 됐으며, 2008년 11월중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7.96x1010%로 일평균 98%나 되었다.
이러한 인플레이션에 따른 상대가격의 변화는 채무자와 채권자 간에 부를 임의적으로 재분배하며 생산과 소비 구조를 왜곡시킨다.
때문에 케인즈는 "물가상승 즉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보다 기존의 사회 기반을 뒤집는 더 교묘하고 확실한 수단은 없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최근 국내의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목표(3.0%±1%) 내에서 지켜지고는 있으나 안심만 하고 있을 상황은 아니다.
4월중 소비자물가는 전월대비 0.5%, 전년동월대비 2.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잦은 눈·비 등 계절적 요인에 의한 농림수산품 가격 상승 정도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국제유가 등 수입 원자재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하고 앞으로 경기상승에 따른 수요압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될 것이다.
<글 : 김민영 한국은행 경제교육센터 조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