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기 위해 각 분야의 과제와 비전을 짚어보는 기획리포트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법과 원칙이 유명무실해져 버린 우리 사회의 모습을 고민해 봅니다.
박진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해외토픽에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
국민 모두가 한숨 짓는 장면.
법을 만들지만 오히려 법과 원칙은 지켜지지 않는 곳, 우리 국회의 모습입니다.
비단 국회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우리사회 곳곳은 지켜지지 않는 법과 원칙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토착형 비리는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조그만 다툼에도 사람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옵니다.
산업정책연구원(IPS)이 평가한 우리나라의 법ㆍ질서 순위는 65개국 중 30위. 공직부패 순위는 이보다 더 낮은 44위로 나타났습니다.
또 동아시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989년부터 15년동안 우리나라 집회와 시위를 분석한 결과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는 비율은 불법시위가 29.1%로 합법적인 시위보다 높았습니다.
이쯤되면 법을 지키는 것보다 지키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인 사회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인터뷰> 남성일 서강대 교수
"가장 중요한 것은 소유관계가 분명할수록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최소화 될 수 있고 또 불분명하더라도 그것이 어떠한 절차에 따라서 권리의 소재가 밝혀지느냐가 중요하다. 따라서 올바른 절차를 가지고 있고 그 절차를 서로 지킨다는 의식이 있을 경우에는 비교적 마찰이 적게 해결이 날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불법집회, 시위로 인한 손실이 한 해 12조3천억원에 이르며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의 평균적인 법질서 준수 수준을 유지했다면 지난 1991년부터 10년동안 매년 약 1%포인트 정도의 추가적인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기자브릿지>
불법집회, 시위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가장 크게 발생하는 부분은 바로 불법파업입니다. 후진적인 노사문화는 경제 발전의 가장 큰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지식경제부 조사결과 지난 2008년 노사분규로 인한 제조업부문의 생산차질액은 9천513억원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불법파업이 단순한 생산차질을 넘어 기업들의 경쟁력 자체를 낮추고 있다는 점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주한외국기업들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80% 이상이 우리나라의 노사관계가 적대적이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90% 이상이 불안정한 노사관계가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터뷰> 이정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대립적 노사관계) 이러한 것들이 지속적으로 누적되면 외국에서 바라보는 한국에 대한 여러가지 인식이 나빠지게 되고 이러한 것들은 투자의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그러다 보면 결국은 외국기업 국내 유치가 어려워지고 해외에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여러가지 제품의 품질에 대한 안정성을 의심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GDP 대비 외국인직접투자(FDI) 비율은 1%로 OECD 국가 평균 4%를 크게 밑돌고 있는 형국입니다.
세계은행은 국가자본의 3요소, 자연자본, 생산자본, 무형자본 가운데 선진국일수록 무형자본의 비중이 높다고 설명합니다.
무형자본이란 법질서, 신뢰, 지식 등이 포함된 선진의식을 의미하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의 소득은 현재 OECD 국가 평균의 65% 수준까지 올라온 상태지만 무형자본은 OECD 국가 평균의 30% 수준, 20위권에 머물러 있습니다.
<인터뷰> 남성일 서강대 교수
"지금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몇년째 2만불 근처에서 머물고 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물질적이고 인적자원적인 투입의 증가뿐만이 아니라 제도자체의 선진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법질서 확립은 경제성장의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결과에서도 우리 국민의 30% 이상이 국민소득 3만달러 달성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노사관계 선진화, 법질서 확립, 정치ㆍ사회적 성숙''이 가장 필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제는 정부ㆍ정치권이 솔선수범하고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기자스탠딩>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대타협과 합의를 통해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는 사회. 이것이야말로 G20회의 개최국,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 걸맞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WOW-TV NEWS 박진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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