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배스킨라빈스 본사의 가맹점들에 대한 횡포가 도를 넘고 있습니다.
한 마트 내에 두 곳의 점포를 내주는가 하면 점포이전을 거부하면 사업포기를 요구하는 일도 빈번합니다.
특히 재계약 시점에 1천만원이 넘는 기계구입 등을 권유해 가맹점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유미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일산의 한 대형마트 4층에서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고 있는 김모씨.
올해 4월말 본사에서 같은마트 1층으로 이전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합니다.
이전을 위해서는 7천만원이나 되는 리모델링비와 마트 보증금 1천5백만원을 추가로 내야 해 김씨는 기존 장소에서 영업을 하겠다고 본사측에 알렸습니다.
김씨의 계약기간은 2010년 1월까지였습니다.
하지만 한달도 채 안된 5월초, 이 대형마트 1층에 배스킨라빈스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습니다.
본사 직원이 점포를 낸 것입니다.
<인터뷰> 김모씨/ 일산 배스킨라빈스 점주
"이 마트 1층에 배스킨라빈스 투점(2호점)을 내줬어요. 그것도 (배스킨라빈스) 본사 직원 것을요. 말도 안되죠"
<브릿지> 지금 제가 서 있는 이 대형마트에는 배스킨라빈스가 두곳이 있습니다. 한곳은 4층, 한곳은 1층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행위는 위법일 가능성이 큽니다.
<독점규제와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2조3호에 따르면 ''가맹계약기간중 가맹점 사업자의 영업지역 안에서 가맹점 사업자와 동일한 업종의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직영점을 설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만환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유통과장
"만약 정보공개서 또는 가맹계약서에 영업지역을 보장한다는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맹본부가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에는 가맹사업법 위반행위가 되고, 그에따라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조치가 가능합니다."
배스킨라빈스 정보공개서에도 이같은 규정이 나와있습니다.
6조 영업지역 보호조항을 보면 "가맹점 사업자가 영업지역 재조정에 대한 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계약기간 동안 영업지역 내에 다른 가맹점을 설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배스킨라빈스의 가게 이전권고는 전부터 문제가 돼왔습니다.
경기도에서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했던 이모씨.
장사가 잘 되고 있는 가게를 재계약을 할 때 본사측에서 갑자기 이전할 것을 요구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씨는 본사의 지시를 거부했고 그 결과 사업을 접을수 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모씨/ 전 배스킨라빈스 점주
"핵심상권에 있었어요. 그런데 그것을 자꾸 이전하라고 요구하더라구요, 본사에서 이전을 안하면 재계약을 안해줘요, 전 10월 중순쯤 사업포기각서를 쓰고 결국은 폐업을 했는데 그 자리에 다시 배스킨라빈스가 들어왔어요. 이전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할 수 있지만 전혀 이전해야할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점주를 바꿔버린단 말이에요"
이처럼 가게를 이전해야 재계약을 해주는 것은 가맹점주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의무 계약기간인 3년이 지난 뒤 이같은 이전 지시나 기계구입 등을 요청하고 있어 어쩔수 없이 막대한 비용을 들여 가게를 옮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구에서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고 있는 나모씨도 같은 경우입니다.
본사 측의 점포 이전 지시에 어쩔수 없이 가게를 옮기면서 당시 2천만원이나 되는 기계를 구입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나모씨 /대구 배스킨라빈스 점주
"이전 확장할 때 하드락 기계를 넣으라고 하더라구요, 그 장비가 2천만원 정도 한다고 하는데 이전할 때는 하드락 장비를 무조건 넣어야해요, 안넣으면 이전이 안되거든요. 저는 확장이전이 말이 안되는게 앞면이 12미터고 매장이 25평인인데, 아이스크림가게가 25평이면 굉장히 큰거 아닙니까"
현재 배스킨라빈스 본사는 가맹점에게 평균 3년간 운영할 수 있도록 계약을 해주고 있습니다.
3년 이후부터는 1년씩 재계약을 하지만, 5년이 지나면 짧으면 3개월마다 계약을 다시합니다.
본사가 이전을 권하는 데에는 가맹점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것도 있지만 자리를 옮길 때마다 리모델링비 등 추가수입이 생깁니다.
하지만 김씨나 이씨가 수억원을 투자한 사업을 그만둔 진짜 이유는 다른데 있었습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기계를 본사측에서 지속적으로 구입하라고 권유했던 것입니다.
<인터뷰> 김모씨(일산 배스킨라빈스 점주)
"가게를 옮기라면 옮겨야 하는거고 장비를 바꾸라면 바꿔야 해요. 쇼케이스도 보통 하나에 천만원씩 하는데 그런 장비를 또 바꾸라고 해요. 저희는 케익이 안나가는데도 불구하고 일주일에 한두개 나가면 잘 나가는 거거든요, 그런데도 케익냉장고를 바꾸라고 하고.."
실제 본사의 기계 강매에 대해 가맹점주들은 장사를 계속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 들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보공개서를 보면 본사의 기계만을 쓰도록 규정하고 있어 어쩔수 없이 구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기계값이 시가보다 터무니 없이 비싸다는데 있습니다.
<브릿지> 지금 보이는 이 계산기의 가격은 5백50만원입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가격보다 두배나 비쌉니다.
휴지통 하나만 38만원입니다. 다른 장비의 단가들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아이스크림 쇼케이스(KCKDC-87V)가 1천1백만원, 하드락 요거트 머신(STONE ICE 1000 COLD)이 1천3백만원, 아이스크림 저장고(대)는 1백50만원, 제빙기(50KG) 2백30만원, 빙삭기 1백70만원입니다.
전자저울 38만원, 믹서기도 160만원이나 되지만 여기에 10%의 세금까지 붙습니다.
하지만, 상당수 가맹점들이 본사의 눈치를 보며 기계를 구입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에대해 회사측은 A/S와 관리비용 등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같은 마트 내에 점포를 내준 것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곳이 어디인지를 오히려 반문합니다.
<전화 인터뷰> SPC그룹 관계자
(한 건물안에 배스킨라빈스를 두 곳을 내줬는데 그래도 되나요?")
"똑같은 브랜드를 두개 내줄 수가 없죠. 어디가 그렇죠?" 그게 한 건물내에 두개가 나갔다고 하면 양해없이 나가지는 않았을 텐데요, 양해없이 나갔나요?"
하지만, 회사측은 20일 기자와 만나 4층 점주가 1층으로 가지 않겠다고 해서 1층에 점포를 내준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한편, 배스킨라빈스를 운영하고 있는 비알코리아의 본사인 SPC그룹은 가맹점 확장을 통해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 매출 1조 돌파, 점포수 2천5백개를 달성했고 지난해는 매출 1조8천억원, 점포수 3천3백개까지 급성장했습니다.
올해는 매출 2조에 점포수 4천개까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클로징> SPC그룹의 홈페이지를 보면 ''윤리경영''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식품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가맹점주들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 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WOW-TV NEWS 유미혜입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