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미국국립보건원 연구팀 "공룡 멸종도 시세포 진화 안 된 탓"
한미 공동 연구진이 망막 시세포의 기원은 서로같다는 진화론적인 가설을 제시했다.
망막을 구성하는 시세포가 서로 다른 종류의 세포에서 기원한다는 기존 학설을뒤집는 것으로, 눈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중앙대 김정웅 교수와 미국국립보건원 아난드 스와룹 공동연구팀이 망막 내 명암을 인지하는 간상세포는 색깔을 인지하는 원추세포로부터 진화됐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망막 내 시세포는 간상세포와 원추세포로 구성돼 있는데, 막대 모양의 간상세포는 주로 망막의 주변부에 위치하며 약한 빛에도 민감하다.
고깔 모양의 원추세포는 주로 망막의 중앙에 분포하며 주로 밝은 빛과 색을 인지한다.
연구팀은 우선 '형광 유세포 분석기'를 사용해 간상세포에서만 녹색 형광이 나타나는 유전자변형 생쥐에서 간상세포를 분리해 냈다.
분리된 간상세포를 발생 시기별로 초기 간상세포와 성체 간상세포로 나눈 뒤 유전자 전사체(mRNA)를 분석한 결과, 성체 간상세포에서 원추세포의 특성을 보이는 유전자 흔적을 발견해 냈다.
반면 분화한 원추세포에는 간상세포의 흔적이 없었다.
실험 결과 이 같은 특징은 초기 척추동물인 제브라피쉬(어류)에서는 발견되지않았으며, 포유동물인 생쥐에게서만 특이적으로 확인됐다.
포유동물이 야행성에 적응하기 위해 간상세포의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한것으로 보인다.
기존 이론들은 망막을 구성하는 시각 신경세포들이 서로 다른 망막 기원 세포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연구팀은 이번 실험을 통해 우선 원추세포가발달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간상세포로 진화했다는 가설을 제시했다.
김정웅 교수는 "생체세포 내에 남아있는 과거의 생체분자(mRNA, DNA, 단백질 등) 흔적들 즉, '분자화석'들이 간상세포가 원추세포에서 비롯됐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백악기 말 오랜 시간 지구에 빛이 차단되면서공룡이 멸종하고 포유동물이 살아남은 이유에 대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포유동물은 시세포가 진화하면서 암흑기에 적응해 포식자인 공룡을 피할 수 있었지만, 주행성 동물인 공룡은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을 수 없어 멸종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백악기 말 소행성 충돌로 화산 폭발과 화재 등이 일어나는 등 물리적인 충격으로 공룡이 멸종했을 것이라는 가설이 지배적이지만, 공룡이 한순간에 갑자기 사라졌다기보다는 서서히 오랜 시간 퇴화했을 것으로 보고 이 같은 가설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인성 황반변성증이나 망막 색소변성증 등 눈 질환의 새로운 치료법을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성과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디벨롭멘탈 셀'(Developmental Cell)의 지난달 20일자에 실렸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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