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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모형 '플로팅독'(Floating Dock)을 이용해 세월호 선체를 인양하는 모의실험을 진행한다.
8일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따르면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와 학생 연구팀이지난달 18일부터 자체적으로 'OSE(Ocean Systems Engineering) 세월호 사고대책위원회'를 꾸려 세월호 침몰 사고의 원인과 인양 방식을 분석하고 있다.
실제 세월호의 제원은 공개되지 않고 있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드러난 변침 각도와 전복에 걸린 시간, 선박과 화물의 무게 등을 토대로 선박과 플로팅독 모형을제작해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이다.
정현 해양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는 배의 제원 등 정확한 수치를 계산한 정량실험이 아니라 성향을 반영한 정성 실험이라 정확한 결과는 아니다"라며 "연구 목적으로 사고대책위를 마련해 사고 원인을 파악하고 인양을 대비한 실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침몰한 선체 인양을 위해 플로팅독 인양 방식이 최선이라고 보고 모형플로팅독을 제작했으며, 다음 주께 모의실험을 할 예정이다.
플로팅독은 바다 위에서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 장비이다.
바지선에 배를 올리려면 침몰 선박을 수면 위 상당한 높이만큼 들어올려야 하지만, 플로팅독을 사용하면 도크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만 배를 끌어올려 'ㄷ'자 모양의 큰 삽이 물건을 퍼올리는 방식으로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조류가 거친 바다에서는 작업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 크레인을 이용해 해역이 잠잠한 곳으로 끌고 가야 한다.
연구팀은 크레인으로 우선 선수와 선미 부분을 들고 리프트 백(공기주머니)으로부력을 회복시켜 배를 들어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현 교수는 "세월호의 선박 내 화물과 들어찬 물 등을 합치면 무게가 최대 3만t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하지만 물속에 잠겨 있기 때문에 부력을 고려하면 최종 무게는 1만t 정도로, 크레인과 공기주머니를 동원하면 수 m 정도는 들어 올릴 수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순흥 해양시스템공학과장도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내에서는 플로팅독을 이용해 선박을 인양한 사례가 없지만, 최대 8만t까지 들어 올릴 수 있어 해외에서도 선박을 인양하는 데 쓰이는 만큼 가장 적합한 대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구팀은 침몰 사고 후 초기 조치가 잘 됐더라면 인양 작업이 훨씬 수월했을것이라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현 교수는 "사고 직후 수면 위로 올라온 선수 부분은 배가 항만에 접안할 때쓰는 추진기로, 구조적으로 단단한 장치"라면서 "초기에 선수가 잠기기 전에 체인을엮어 크레인으로 잡고 있었더라면 구조작업이 더 쉬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세월호 인양 작업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정 교수는 "외국의 선박 침몰 사고 사례를 보면 기술적 어려움 뿐만 아니라 비용 문제 등 때문에 타이타닉호도 그렇고 인양을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인양을 위해서는 우선 체인작업부터 해야 하는데 잠수부가 직접 들어가 워터젯 엔진을 장착한 장비로 동굴을 파서 감아야 하기 때문에 체인을 감는데만 수개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앞서 지난달 27일 컴퓨터 프로그램과 수조실험을 통해 선박 침몰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세월호와 특성이 유사한 컨테이너선 모형을 이용해 세월호 전체 길이(146m)의 73분의 1에 달하는 길이 2m, 무게 26.3㎏의 모형 선박을 설계해 모의실험한 결과,복원성이 낮은 상태에서 화물이 묶이지 않은 것이 전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복원 성능과 변침을 같은 조건으로 놓고 화물을 묶었을 때는 전복이되지 않았다"며 "사고 이전에도 좌우 요동이 심한 상태였지만, 물이 가득 찬 컵에한 방울만 떨어져도 넘치듯 화물의 고박 상태가 마지막 한 방울의 역할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검경 합동수사본부와 한국선급 등에서 사고와 관련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실험이 어려웠다"며 "하지만 과학자들이 국가적 재난에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에 교수와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모으게 됐다"고 전했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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