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서 손재성 경장, 청각장애인에 '인공와우' 찾아줘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 '인공와우' 시술을받은 한 청각 장애인이 관련 의료 장비를 잃어버렸다가 경찰관의 도움으로 되찾았다.
구모(44·여.당진시)씨는 지난해 12월24일 오후 8시30분께 당진시 신 터미널에서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탔다.
청각 장애(2급)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구씨는 평소처럼 '채운동에서 내려달라'는 내용의 메모를 적어 기사에게 건넸다.
20여분 뒤 집에 온 구씨는 가방을 뒤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인공와우 장비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공와우는 손상된 달팽이관의 기능을 대신할 전기적 장치를 귓속에 이식해 소리를 들을수 있게 한 것이다. 귀에 걸게 돼 있는 외부 장비가 있어야 소리를 전달받을 수 있다.
1살 때 앓은 홍역 탓에 달팽이관에 문제가 생긴 구씨는 이후 난청으로 청력을잃은 채 살아왔다. 그러다 지난해 11월말에서야 한 사회협회의 도움으로 인공와우시술을 받았다.
안타까운 것은 구씨가 인공와우 시술을 받게 된 사정이다.
심장 판막 이상으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구씨는 '혹시라도 잘못되기 전 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며 인공와우를 귀에 심었다. 구씨에게는 쉽지 않은 시술이라는 의사의 만류도 뿌리친 터였다.
잃어버린 장비를 되찾을 방법을 몰라 열흘 가까이 끙끙 앓던 구씨는 친척의 도움으로 지난 3일에야 경찰에 분실신고를 했다.
당진서 생활질서계 손재성(31)경장이 구씨를 위해 발벗고 나선 건 이때부터. 손경장은 구씨의 사연을 담아 만든 전단을 들고 당진시내 택시회사를 찾았다.
또 택시협의회의 협조를 받아 시내 340여명의 택시기사에게 휴대전화로 관련 내용을 담은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분실물을 수소문하기 위해 다시 사무실을 나서던 손 경장에게 제보가 온 것은이날 오후 6시께였다.
'물건을 갖고 있다'는 택시기사의 문자 메시지였다.
당시 상황에 대해 손 경장은 8일 "택시기사도 처음 보는 장비인 데다 일에 쫓겨보관만 하고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씨가 약속한 사례비도 받지 않고 '늦게 와서 미안하다'며 발길을 옮겼다고 전했다.
손 경장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던 구씨는 "다시 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있게 됐다. 고맙다"며 연방 고개를 숙였다.
"구씨가 더 마음앓이를 하지 않게 돼 다행"이라는 손 경장은 "초심을 잃지 않고작은 것부터 돌아보는 경찰관이 되겠다는 마음을 되새기게 돼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walde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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