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빅3' 중하나로 손에 꼽히던 두산밥캣이 IPO를 연기하면서 공모주 시장의 한파가 한층 더 거세질 전망이다.
두산밥캣은 10일 오전 공시를 통해 "공모물량을 줄이는 등 공모구조를 조정해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상장을 재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공모물량이 많았던 점 등 몇 가지 시장 여건과 맞지 않은요인들이 있었던 것 같다"며 "이를 감안해 공모물량 등을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조정해 IPO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두산밥캣의 이번 IPO 연기 원인으로 업계 평균보다 다소 높은수준의 공모 희망가와 공모 물량 부담 등을 꼽고 있다.
당초 두산밥캣이 제시한 공모 희망가 범위는 주당 4만1천∼5만원으로, 올해 상반기 실적을 연 환산한 올해 예상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 18.1∼22.1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코스피 기계장비 업종의 올해 평균 예상 PER가 14배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높은 수준이다.
대규모 공모물량도 오버행(대량 대기매물) 우려로 이어지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이 공모하려던 주식 수는 총 4천898만1천125주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 6∼7일 진행된 수요 예측에 참가한 기관 투자자 중 상당수가희망 공모가 하단보다 낮은 금액을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수요 예측을 통해 공모물량 이상의 투자의사는 확인했으나,이해관계자들이 만족하는 접점을 찾기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유재훈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일단 공모가가 너무 높았고 공모물량도부담이라는 게 시장의 판단"이라며 "회사에서 생각했던 가치보다 더 낮게 본 만큼두산인프라코어[042670] 기업 가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개장 전 두산밥캣의 IPO 연기 소식이 알려지며 두산인프라코어를비롯한 두산그룹주가 동반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두산밥캣 구주 매출에 따른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의 현금 흐름 개선과 두산밥캣 지분가치 부각을 기대했다"며 "이번공모가 흥행 실패로 두산 그룹주의 주가 역시 일정 부분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두산밥캣을 시작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 넷마블게임즈 등 하반기 '빅3'의 IPO가이어지며 꽁꽁 얼어붙은 공모주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풀 꺾인상태다.
앞서 올해 최대 기대주로 불리던 호텔롯데의 상장이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로 연기되며 시장 관심은 이들 '빅3'에 집중됐다.
애초 희망 공모가 범위로 계산한 두산밥캣의 예상 공모 자금은 2조∼2조4천500억원으로, 최대 2조2천500억원을 공모하기로 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역대 IPO 규모2위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지금까지 1위는 2010년 상장한 삼성생명[032830](4조8천881억원)이다.
이미 공모주 시장은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극심한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오는 20일 코스닥 상장 예정이던 서플러스글로벌은 최근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부진을 이유로 금융위원회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인테리어 전문기업인 까사미아도 기관 투자자들이 공모에 많이 참여하지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IPO 계획을 철회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LS전선아시아 등 공모가가 애초의 기대 이하로 확정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한편 두산밥캣의 상장은 이르면 오는 11월에 이뤄질 전망이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11월에 상장하지 못해도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승인후 6개월 내에 상장이 이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월에는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지난 8월16일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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