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급락으로 증자 참여 개인투자자들 큰 손실 우려
현대상선[011200]이 유상증자 일반공모 청약 당시 고지하지 않았던 전환사채(CB) 발행 결정으로 개인투자자에게 피해를 끼쳤다는논란이 일고 있다.
채권은행들의 잇속 챙기기에 개인투자자들만 피해를 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지난 7월 18~19일 이틀간 2억8천만주에대한 일반공모 청약을 받았다.
그러면서 조만간 진행할 2천억원 규모의 CB 발행 계획을 알리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갑작스럽게 지난 2일 장 마감 후에 최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과 우리은행[000030], 농협은행, 국민은행, 한국증권금융을 대상으로 2천억원 규모의 CB를발행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전환가액은 유상증자 공모가액과 동일한 주당 9천530원이다.
현대상선 측은 채권단의 요청으로 2일 이사회에서 CB 발행 결정을 하고 시장에처음 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상선 주가는 약 1억5천만주(1조4천400억원)의 유상증자 신주가 오는 5일 상장되는 데 따른 물량 부담이 커진 가운데 CB 발행 소식이 겹치면서 3일 27.92% 폭락한 7천640원에 장을 마쳤다.
일반공모를 통한 유상증자 신주는 상장 이틀 전부터 공매도(입고전매도) 형식으로 팔 수도 있기 때문에 3일에도 출자전환한 채권단과 사채권자 보유분이 상당량 출회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달 현대상선 유상증자 때 총 400억원가량을 청약한 것으로 알려진 개인투자자들은 열흘 만에 주가가 공모가보다도 20%나 더 빠지면서 큰 손실을 보게 됐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B 발행은 명백한 주가 희석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이번 유상증자 청약을 받기 전에 투자자에게 알리는 공시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명간 있을 CB 발행 계획 발표를 안 한 채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를 참여시킨 것은 명백한 기만행위"라며 "채권단의 장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CB 발행을 변칙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현대상선 채권단 내부적으로는 이번 CB 발행이 지속적으로 논의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내년에 채권은행이 들고 있는 현대상선 사모사채 금액만큼의CB를 추가로 발행한다는 논의가 이번 유상증자 전부터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애초부터 시장 일각에선 구조조정 기업에 해당하는 현대상선의 유상증자에 개인투자자를 끌어들인 것부터 잘못이란 지적이 나왔다.
구조조정 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유상증자가 공매도를 활용할 수 있는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이익을 챙길 기회로 활용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 방식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에는 출자전환을 한 주주들이 통상하루빨리 주식을 현금화하고 싶은 심리가 강해지게 마련이다.
이는 대규모 매도 물량을 만들어 주가 급락을 초래할 공산이 커진다.
실제로 이를 예상한 공매도 세력은 현대상선을 집중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현대상선의 전체 거래량에서 차지하는 공매도 비중은 지난달 말부터 급증하기시작해 이달 2일 37%에 이르렀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공매도 평균가(공매도 거래대금/공매도 거래량)보다 높게 형성되면 공매도 투자자는 손실을 보지만, 반대로 공매도 평균가보다 낮아지면 투자자는 그만큼의 이익을 취한다.
현대상선의 최근 5일간(7월28일~8월2일)의 공매도 매매 평균 비중은 23% 수준에달했다.
이 기간 공매도 평균가는 1만665원이고 3일 종가가 7천640원인 점을 고려하면공매도에 나섰던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은 상당한 이익을 챙겼을 것이라는 추정이가능하다.
공매도 투자자가 현대상선 주식을 빌려 공매도 평균가(1만665원)에 팔고 3일 현재가(7천640원)에 되샀다면 1주당 3천25원의 투자이익을 챙겨 수익률은 28%에 달하게 된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3일 1천39만5천181주를 순매도했다. 이날종가인 7천64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총 794억원 규모의 물량을 한꺼번에 처분한 셈이다. 이로써 외인 비중은 기존 7%에서 0%로 줄었다.
khj91@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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