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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수난시대…'부산행' 흥행에 '개미핥기' 오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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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 인력 감소세…"수익률 등락에 실시간 스트레스 상상 초월"

"개미핥기네. 개미(개인투자자)들 피 빨아먹는…" 흥행 가도를 달리는 국내 블록버스터 영화 '부산행'에서 나오는 대사다.

1일 네이버 검색창에 펀드매니저를 입력하면 연관검색어로 가장 먼저 뜨는 것은'개미핥기'다. 1천만 관객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영화의 힘이다.

이 영화 감독은 자신의 이익만 취하는 캐릭터를 잡기 위해 배우 공유가 맡은 주인공(석우)의 직업을 펀드매니저로 설정했다. 그리고 '개미핥기'라는 오래된 오명(汚名)을 다시 불러왔다.

주인공은 나중에 자신을 희생하면서 딸은 물론 새 생명을 잉태한 여성을 살리는'영웅'이 되지만, 막이 내리고서도 펀드 매니저라는 직업에 대한 관객들의 불편한인식은 계속된다.

펀드 매니저가 국내에 처음 등장한 것은 코스피가 1,000선을 처음 돌파한 1989년 즈음이다.

가치투자 전문가인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허남권 신영자산운용부사장 등이 1세대로 꼽힌다.

오랜 기간 일반 대중에게 펀드 매니저란 직업은 선망의 대상이 돼왔다.

대기업 직원보다 훨씬 높은 연봉은 물론이고 말쑥한 정장 차림에 외제 스포츠카등 여러 매체에 자주 등장하는 세련된 이미지도 그 배경이 됐다.

그렇다면 2016년 8월 현재 한국 펀드매니저들의 자화상은 어떨까.

◇ 아침 문자만 40~50개…"신호 대기시간도 아까워요" 업계 유명 펀드 매니저들의 일상은 대체로 이렇다.

아침 6시 30분. 눈곱을 떼기도 무섭게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무더기로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내온다.

간밤에 해외 증시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텍스트다. 메일로 보내면 될 것을 굳이 문자로 보내는 이유는 1분, 1초를 아끼기 위해서다.

전날 국내 증시 분석자료까지 포함해 이들이 꼭두새벽부터 오전 9시 장 시작 전까지 받는 문자는 평균 40~60통에 이른다.

18년 차 펀드 매니저 A씨는 "자가용으로 출근하는데 신호만 걸리면 읽다 만 문자 메시지를 보는 게 어느덧 습관이 돼 버렸다"며 "매일 출근 전 문자들과 전쟁을치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출근 시각은 대체로 7시 30분~8시다.

요즘처럼 기업들의 실적발표 시즌에는 야근도 잦고 출근 시각도 30~40분 앞당겨진다. 분석해야 할 자료가 많아서다.

특별히 회의가 없다면 이번엔 증권사에서 보내온 수백 통의 메일을 정리해야 한다.

평상시 300여 통이 들어오는데 모든 메일을 다 볼 수는 없어 자신이 맡은 주전공 기업들 관련 메일만 훑어보게 된다.

A 씨는 "펀드 매니저 하면 직접 주식을 사고팔고 하는데 시간을 많이 쓸 것으로알고 있지만 전체 일과에서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다"며 "기업 분석자료를확인하고 정리하는 데에만 반나절이 걸린다"고 말했다.

오후에도 기업분석은 계속된다. 자료 연구보다는 실제로 현장에 나가는 경우가잦다. 애널리스트들을 만나 분석자료에 대한 설명을 듣거나 기업 탐방을 나가 기업관계자로부터 직접 정보를 얻기도 한다.

퇴근 시각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늦어도 오후 6시면 일과가 끝난다.

퇴근 후에는 운동하는 등 각자 취미생활을 즐기기도 하지만 못해도 주중 한두번은 애널리스트나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 못다 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주 5일제'는 언감생심이다.

주말 내내 휴식했다가는 뒤처지는 실력을 메우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주말 중 하루는 지난주 국내외 증시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정리하고 내주에 해야 할 일들을 체크해 놓는다.

산업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관련 서적들을 다수 섭렵해야 함은 물론이다.

◇ "수익률 스트레스 말도 못해요"…퇴직 잇따라 펀드 매니저도 얼핏 보면 여느 회사원과 비슷하다. 주말을 온전히 쉬는 '월급쟁이'가 많지 않아서다.

문제는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점이다.

펀드 매니저 B 씨는 "책임매니저로 등록된 주식형 펀드만 6개인데 책상 앞 모니터에는 이들의 수익률이 실시간으로 나타난다"며 "업황이 좋을 때는 몰라도 요즘처럼 수익률이 바닥을 길 때는 가끔 심장을 조이는 압박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펀드 매니저는 정규직 사원이기는 하지만 사실상 고용이 보장되지 않아 계약직이나 다름없다.

수익률이 장기간 좋지 않으면 회사에서 사실상 '나가라'는 신호를 보내오기 때문이다.

B 씨는 "10년 넘게 펀드를 운용하다가 성적이 1~2년 안 좋다고 지방 영업지점으로 발령내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일부 운용사들은 1~3개월 수익률만 보고 해당 매니저를 한직으로 발령내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원인불명의 신경쇠약 증상을 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펀드 매니저가 퇴직은 물론이고 이직이나 휴직을 하는 경우의 8할은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라며 "하루에 8~9시간 근무하면서도 체력이바닥나는 것은 그만큼 수익률 스트레스 압박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펀드 매니저 숫자가 서서히 줄어들고 있는 게 최근 들어 유독 바닥을 기는주식형 펀드 수익률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가 공시한 '운용사별 펀드 매니저 현황'을 보면 올해 7월기준 펀드 매니저는 총 577명(52개사)으로 2013년(595명)부터 매년 감소세다.

영화 부산행 때문에 또 한 번 불거진 '개미핥기' 논란에 대해 펀드 매니저들의생각은 어떨까.

6년 차 펀드매니저 C 씨는 "실제 운영하는 펀드의 수익자는 대부분 일반 개인투자자들"이라며 "영화에서 말하는 개미핥기 등의 부정적인 수식어는 오늘날 펀드 업계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련 규제 강화로 예전처럼 소위 '작전'을 펼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하소연도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미핥기란 수식어는 투자금을 일시에 회수하는 게 목적인 벤처캐피탈 업계 종사자에 오히려 어울릴 수 있다"며 "과거 일부 펀드 매니저들이 저지른 비행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여럿 마련된 만큼 오해가 빨리 풀렸으면한다"고 말했다.

gorious@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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