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외국인은 코스피 주식을 2조7천억원어치 매수했다.
그 결과 코스피는 2,000선을 회복하면서 5년 박스권의 상단에 올라섰다.
중요하게 봐야 할 사실은 외국인의 매수 방법이다.
2조7천억원 중 2조1천억원은 비차익 프로그램으로 매수했다. 이는 시가총액 비중에 맞춰 기계적으로 매수하는 방법이다.
외국인이 이 방식으로 한국 주식을 사는 이유는 신흥국 상장지수펀드(ETF)로 자금이 강하게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 ETF는 신흥국 지수에 포함된 나라를 해당 비중만큼 사고파는 펀드다. 신흥국 지수에서 한국 비중은 16%다.
비차익 매수가 늘면 삼성전자[005930]에 대한 외국인 매수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실적 호재와는 별개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 시가총액이 가장크기 때문이다.
ETF 자금의 기계적 유입은 사드 배치 등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시장 충격을축소하는 긍정적 효과도 있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 보면 외국인의 최근 바이 코리아(Buy Korea)는 한국 주식시장의 매력 여부와 무관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흥국 ETF가 아닌 전 세계 뮤추얼 펀드들은 한국 주식을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매도 중이다. 저성장이 지속되고 수출액이 줄면서 기업실적 개선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외국인의 매수 여부는 한국 자체보다 신흥국 주식의 매력 여하에 달려 있다.
다행히 선진국 대비 신흥국의 상대적인 매력은 높을 것으로 본다.
미국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브렉시트, 이탈리아의 은행 부실등으로 유럽에서는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있다.
저성장 장기화와 브렉시트 불안은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를 뒤로 미뤄 달러가 추세적으로 강해지는 것을 막아주고 있다.
영국과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완화는 더욱 강해질 것이다.
국제유가 안정과 신흥국 통화가치 회복은 신흥국 ETF 투자자들에게 매력으로 다가오고 있다.
신흥국 주식 유동성 개선으로 외국인 순매수는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시장의 고유 특징인 박스권 상단 환매 압력을 넘어선다면 주가 흐름은 긍정적일 것이다.
그런데 2008년 이후 현재 코스피가 위치한 2,000~2,050선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환매액은 15조원에 달한다.
사상 최대 환매구간이다. 외국인 매수와 기관의 환매 대응성 매도가 가장 강하게 충돌하는 구간이 될 수 있다.
지금부터는 외국인의 대형주 매수에도 주가가 더디게 오를 수 있는 구간이다.
대형주의 수급 충돌에 따른 상승률 부진은 코스닥 시장의 상대적 강세로 이어졌던 경우가 많다.
(작성자: 이재훈 미래에셋증권[037620] 연구위원 jaehun.lee@miraeasset.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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