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라는 '보이는 손'이 시장 전면에 나섰고 이들의 스탠스와 동향을 분석하는 일이 언론과 분석가들의 주된 업무가되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이 지닌 힘과 시장 영향력이 대단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를 잘 아는 언론과 분석가들조차 가끔 중앙은행과 정책의 '지엄함'을 망각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 외환시장 이슈다. 최근 1년 사이 중국 외환시장에는 두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사상 최대폭으로 감소한 게 확인된 지난해 9월과 '외환보유고 2년 내 고갈' 시나리오가 고개를 든 올해 2월 무렵이다.
당시 유력 언론과 투자은행들은 중국 정책 당국을 의심하고 폄하하기에 바빴다.
달러당 위안화 환율 7위안대, 상해종합지수 2,500포인트 붕괴가 눈앞에 있는 것으로여겨졌다.
결과는 어땠는가? 두 번 모두 중국 증시와 위안화 가치의 바닥 확인 및 반등으로 귀결되었다. 심지어 3월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물론 이 또한 정책의 힘이다. 중요한 것은 시장참여자의 정책에 대한 의구심이극대화될 때 그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다.
최근에는 일본의 '보이는 손'이 언론과 분석가들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작년만 하더라도 성공한 정책으로 평가받던 '아베노믹스'가 실패작으로 지적되고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한 담당자로 그려진다.
달러당 125엔을 넘나들던 환율이 110엔대가 붕괴되자 이제 100엔대 붕괴도 멀지않았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판국이다.
물론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우려대로 엔화가 지속적인 강세 모드로 갈 가능성도 있다.
실질실효환율로 본 엔화의 가치는 최근 급등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싸다.
그러나 일본 중앙은행을 비롯한 정책당국이 마치 '무장해제'된 것으로 착각하는건 섣부른 판단이다.
그들은 여전히 국채를 더 살 수 있으며 연기금을 동원할 수 있고 마이너스 금리를 더 깊게 파고 내려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 단기적으로 의심과 공포가 너무 커지고 가격 변동이 너무 컸다.
결론적으로 작금의 가격 급변과 시장 심리로 볼 때, 오히려 엔/달러 환율과 도쿄(일본) 증시의 기술적 반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장기적인 엔고에 베팅한다고 하더라도 심리의 쏠림 현상이 심한 지금보다는 조금 여유를 두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다.
(작성자: 박성현 삼성증권[016360] 연구원 sunghyun73.park@samsung.com) ※ 이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의견으로, 연합뉴스의 편집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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