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외국인 매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2일 기준 코스피(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11월 이래로 6조5천억원, 연초 이후로 1조4천억원에 달한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외국인 수급 방향 선회가 중요하다. 시장의 주된 물줄기는 언제나 외국인 수급 방향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현재 외국인은 왜 한국 주식을 파는 것일까? 미국과 유럽(영국),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투자가들의 공통된 지적은 연좌제(guilt by association) 때문이다. 펀더멘털(기초여건) 측면에서 한국이 신흥시장 내 안전지대라는 시각엔 흔들림이 없지만, 신흥시장에 대한 부정적 기류가 만연한 현 상황에서 한국에서도 '연좌제'에 따라 매도공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나쁜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니는 이상, 한국만 달리 보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직접적으론 중국 영향이 컸다. 이미 가격에 반영된 매크로(거시) 우려보다 무분별한정책 개입과 미숙한 거래 시스템에 대한 실망감이 컸는데, 이는 중국을 넘어 신흥시장 전반에 대한 의구심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또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이 안정되려면 신흥시장의 투자심리 개선과 중국 불확실성 완화가 선결 과제다. 그러나 G2 실물 경기지표 부진이 계속되고 있고, 세계수요 부진이 국제 원자재가 하락을 경유해 신흥국 위험으로 미치는 상황에서 신흥시장에서 최저가 매수(bottom-fishing) 가능성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특히, 주요 운용사별로 중국에 대한 시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는 점은 신흥시장 시각 변화를 가로막는 거대한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중국에 대한시장의 시각이 정리되지 않는 한, 투자가들은 '정중동'(靜中動)의 조심스러운 움직임만 반복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럼 세계와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전략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해외 세일즈 채널과 미팅한 결과 외국인은 당분간 신흥시장보다 경기와 정책 모멘텀이 기대되는 유로존과 일본에 대한 긍정론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증시는 대내외 환경 변화를 시사하는 구체적인 증거가 확인되기 전까지 섣부른 대응을 자제하겠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큰 폭의 스윙보단 박스권 매매 기조가 연장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고 인덱스베타 플레이보다 개별주 중심의 알파 플레이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이다.
외국인의 업종 투자전략을 들어보면 정보기술(IT)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 이점에는 동의하지만, 반도체는 세계 수요부진이, 스마트폰은 중국의 거센 추격이 각각부담스럽다는 지적이 많다. 대신 틈새적 기회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2차전지밸류체인을 주목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대체로 해외 투자가들은 원저(低), 엔고(高) 국면이 지속되면 한국 자동차주에대한 저가 매수의 호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실제 세일즈 담당자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를 전후해 차량 전장화를 중심으로 자동차와 부품주 투자아이디어에 대한 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언급했다.
외국인은 에너지와 소재(화학·철강), 조선·기계·건설·해운 등의 산업재 등유가에 민감한 섹터에 대해선 주가가 충분히 저평가된 것은 인정하지만, 유가 변수에 대한 판단이 어려워 섣불리 위험을 떠안을 만큼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당장 민감주보다 방어주에, 수출주보단 내수주에, 가치주보다 구조적 성장주에각각 주력하겠다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내수 방어주 진영에선 통신과 유틸리티가 유망하고 구조적 성장주에선 중국 소비주(화장품·패션·유통)와 방위산업, 미디어·콘텐츠, 바이오·제약 등에 대한 긍정론이 우세했다.
(작성자: 김용구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책임연구위원 ygno.1.kim@samsung.com) ※ 위의 글은 해당 증권사 애널리스트(연구원)의 개인 의견이며, 연합뉴스의 편집 방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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