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연금 시대 적응이 운용사의 가장 큰 숙제"
"저금리 시대와 연금이 압도하는 시대에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자산운용사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입니다." 조홍래(55)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금융시장의구조적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 수 있는지 해법을 찾는 것을 새해 과제로 꼽았다.
수탁고나 수익률 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단기 목표에만 연연하기보다 금융시장 구조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플랫폼을 준비하고 체질을 개선해야 최종적인 승자가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조 대표는 "저금리에 적응할 수 있는 상품을 만들고 연금시장에서 '마켓셰어'(시장점유율)를 높이는 게 우선 중요하다"고 말을 이었다.
이어 '위탁자산관리 전문가(OCIO)'를 향후 자산운용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소개했다.
OCIO는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을 전문가에게 아웃소싱한다는 의미다.
즉, 퇴직연금 시장에서 자산운용사의 역할은 재간접 투자로 위험을 분산하면서도 적정한 수익률을 올리는 것인 만큼 OCIO와 같은 접근법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그의 설명이다.
물론, 공모펀드 시장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조 대표는 "공모펀드 시장은 밥과 국에 비유할 수 있을 만큼 당연히 중요하다"면서 "문제는 거시경제 여건을 볼 때 공모펀드 시장이 급팽창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수년간 감소세를 보인 국내 주식형 펀드에 대해서는 "올해 감소세가점차 둔화되기는 하겠지만 큰 폭으로 반등하거나 증가하기는 어렵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저금리 시대에 낮아진 시중금리를 대체할 상품 개발이 노력해야 할부분"이라며 일반 채권형보다는 혼합형 펀드에 좀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펀드의 수출입 확대 등 해외 진출도 강조했다.
실제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룩셈부르크에서 시카브(SICAV) 펀드를 출시해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미국에서 일임자문 마케팅을 시작했다.
조 대표는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 등에 진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면서 "진출을 위한 진출보다는, 신중하되 열린 자세로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박사과정까지 수료한 그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10년 넘게 세계 경제 동향을 다룬 연구원출신이다.
2002년 동원증권 리서치본부장(이사)으로 증권업계에 몸을 던지고서는 홀세일본부장과 법인본부장을 거쳤으며 한국금융지주 글로벌리서치실장, 경영관리실장, 한국운용 상근감사 등을 역임했다.
이론과 실물을 두루 경험한 그가 바라보는 올해 시장 전망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조 대표는 "기업 실적도 작년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고 주가도 박스권에 갇혀 있을 것"이라며 위험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대차대조표도 자세히 살펴보면서 숨어있는 우발 채무 등을 자세히 봐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최근 시장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바이오, 제약, 헬스케어 등에 대해서도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조 대표는 "작년의 승자가 됐던 테마가 있다면 시장의 새로운 성장 원천이 될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면서도 "이미 주가가 많이 올라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이 있는 종목은 더 오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조선·철강 등에 대해서는 "긴 흐름으로 볼 때 어떤산업이 사양 길로 접어드느냐 등은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며 "적정 주가보다 과도하게 빠진 종목은 제 가격을 찾아가는 모습 정도는 보여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한국 경제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을 묻자 "중국"이라는 반응이 바로 나왔다.
조 대표는 "2004∼2005년 이후 6∼7년간 코스피가 1,000선에서 2,000선까지 성장한 것은 중국 덕분"이라며 "반대로 중국의 성장 둔화는 중국보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1980∼1990년대 '미국이 재채기하면 한국 증시가 독감 걸린다'는 얘기를 많이했는데 이제 그 '미국'이 '중국'으로 바뀌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의 감속 성장은 투자와 수출의 축소로 이어져 우리 기업의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좋은 뉴스가 별로 없을 때 우리나라 시장은 중국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면서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중국의 상황은 한국에서 더욱 증폭돼 반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신상품 출시 계획에 대해 조 대표는 한국운용이 41년 역사의 가장 오래된운용사로 펀드 라인업이 잘 구축돼있다고 강조하면서 "기존 펀드를 리모델링하거나마케팅하는 노력을 더 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일본은 공모펀드의 60%가 해외펀드"라면서 해외펀드가 새 트렌드가 될 수있다고 덧붙였다.
hyunmin623@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