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3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ECB의 이번 회의를 계기로 증시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ECB 회의에서는 추가적인 통화 완화책이 나올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태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추가 양적완화(QE) 방안을 내놓을 것임을 시사해왔다.
ECB는 지난 3월부터 매월 600억 유로의 자산을 매입해 내년 9월까지 총 1조1천억 유로 상당의 자산을 매입하는 QE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ECB가 추가로 꺼내들 수 있는 카드로는 내년 9월 종료 예정인 QE의기간을 연장하는 방안, 월간 채권 매입규모의 추가 확대, 현재 -0.2% 수준인 ECB 예금금리의 10∼20bp(1bp=0.01%) 추가 인하, 매입 대상 자산의 범위 확대 등이 거론된다.
이중 가장 가능성이 큰 방안은 마이너스(-)인 예금 금리를 추가로 더 내리는 것이라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블룸버그 컨센서스를 보면 예금금리 인하 가능성은 97.7%에 달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월간 매입 규모를 100억∼200억 유로 추가하거나 기간을 6∼9개월가량 연장해 자산매입 규모를 늘리는 방안도 기대하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실적으로는 예금금리 인하 정도가 이번 회의에서도달 가능한 선택지일 수 있겠으나 시장의 눈높이는 이미 QE 프로그램의 전면 수정에까지 닿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드라기 총재가 중요한 정책 결정이 있을 때마다 항상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정책을 발표하긴 했지만 시장의 추가 부양책에 대한 눈높이가 한층 더 높아진 점은 다소 부담이다.
김지만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자산매입 기간과 규모 조정이 발표되기에는 다소이른 시점"이라며 "다양한 정책 발표를 시장이 기대하고 있는 만큼 이번 ECB 회의결과는 기대에 다소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ECB 회의의 관전 포인트는 시장 기대를 웃도는 부양책이 나오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기대를 밑도는 결과물이 나오더라도 향후 QE 확대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ECB의 추가 부양책은 국내 주식시장에는 글로벌 유동성 보강, 12월 미국 금리인상 충격의 완충 등 측면에서만 보면 긍정적인 재료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의 12월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추가적인 통화완화 정책은 달러화 강세를 한층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안현국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ECB의 완화 정책이 예금금리 인하든 자산 매입규모 확대나 기간 연장이든 모두 유로화 약세를 유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과유럽의 엇갈린 통화정책 방향으로 달러 강세 기조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지속되는 한 연내 국내 증시의 추세적 상승은 어렵다"며 "ECB 회의 이후 유로존 정책 기대감 소멸과 함께 시선은 미국 금리 인상 여부에다시 집중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외국인 수급 면에서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외국인은 11월 한달간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9천306억원의 자금을 빼내갔다. 이달 1일 1천134억원의 순매수를 보이긴 했으나 이후 다시 '팔자' 기조를 유지하며 매도 규모를 늘리고 있다.
강송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예상을 웃도는 ECB 정책이 나오면 단기적으로유로화 약세가 심화되면서 달러가 추가 강세로 갈 수 있어 상품 가격이나 이머징마켓 자산에 부정적"이라며 "하지만 추가적인 유동성 확대 기대 등을 함께 고려하면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ECB 회의 결과가 나올 경우는 오히려 그동안의 유로화 약세가 진정되고 추가적인 환율 방향 선회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용구 연구원은 "유로화 방향 선회는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 안정화에 일조할 것"이라며 "유로화 강세 반전은 상승일로를 걷던 달러화에 숨고르기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원자재가 상승효과를 경유해 신흥시장 투자심리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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