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형식의 정보지 잇달아 유포돼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라는 주식 시장의격언이 내포하고 있듯 주식 시장은 유독 소문에 민감하다.
사실이 채 확인되기 전에 '카더라' 식의 소문만으로도 해당 종목의 주가가 출렁이기 일쑤다.
주로 중·소형주가 이런 소문에 영향을 많이 받지만 대형주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여의도 증권가에는 기업명과 숫자를 제외하고 거의 유사한 형식의 정보지 2건이 급속도로 퍼졌다.
이날 장 초반 보합권에 머물던 LG전자[066570]의 주가는 점심 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급등하기 시작하더니 장중 한때 14.52%까지 치솟았다.
연초 5만9천100원이었던 주가가 지난 20일 장중 한때 4만500원까지 떨어질 정도로 최근 실적 우려 등의 이유로 주가가 우하향을 그려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런 급등세는 의외일 수 밖에 없다.
실적 개선 등 펀더멘털(기초여건)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이날 주가 급등의 재료로 작용한 것은 다름 아닌 증권가 정보지(찌라시)였다.
이날 여의도 증권가에 퍼진 '구글, LG전자 인수설이 사실로…'라는 제목의 정보지에는 "글로벌 정보기술(IT)공룡인 구글이 LG전자 지분 35%(23억 달러, 2조5천억원)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인수해 LG그룹의 지주사인 LG를 제치고 최대주주로올라설 계획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구글이 스마트폰, IoT(사물인터넷), 무인자동차 분야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되 직접적인 경영권 인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는 내용과 "구글의 인수 가격을낮게 산정하기 위해 고의로 (주가를) 낮춘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각에선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그럴싸한' 진단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LG그룹 측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하면서 LG전자의 주가는오후 들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고 전날보다 3.07%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이날 시장에는 프랑스 모발 염색제 회사인 로레알이 산성앨엔에스[016100]의 지분 35%를 블록딜로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라는 정보지도 함께 돌았다.
제목도 '로레알, 산성앨엔에스 인수설이 사실로…'로 LG전자와 기업명만 빼고동일하다.
여기에는 로레알이 화장품 분야에 전략적인 투자자로 참여하되 직접적인 경영권인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는 내용과 최근 산성앨엔에스의 약세가 로레알이 인수가격을 낮게 산정하기 위해 고의로 낮춘 것이라는 의구심이 대두되고 있다는 내용등 LG전자에 대한 정보지와 사실상 같은 내용이 포함됐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보지 유통 과정에서 편집될 수 있기 때문에 내용이 유사하다고 해서 동일한 사람이 고의로 작성했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경우에는 내용 구성이 지나치게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전날까지 5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인 산성앨엔에스는 이날 오전 한때 소폭 반등에 나서는 듯 했으나 다시 약세로 돌아서 결국 4.76% 하락한 채 마감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은 "이런 소문을 사실로 전제하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므로 투자자로서는 기관의 반응이나 연구원의 분석 내용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hanajja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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