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코스닥 분리되면 '묻지마 상장' 재연"
코스닥시장에서 상장폐지된 기업의 약 80%는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이른바 'IT버블' 시기에 상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996년 코스닥시장 개설 후 현재까지 신규 상장된 기업은 1천731개사이며, 이 중 494개사가 상장폐지됐다.
퇴출된 494곳 가운데 79.4%에 해당하는 392곳은 1996년~2002년에 상장된 기업이다.
연도별로는 1996년 신규 상장된 227개사 중 54.6%인 124개사가 퇴출됐다. 1997년에 상장된 83개사 중에서는 36곳(43.4%)이 상장폐지됐다.
'IT버블'이 절정이었던 1999년부터 거품이 꺼진 2002년까지 4년간 매년 100개가넘는 기업이 코스닥에 진출했다.
1999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기업 100곳 중 42곳이 상장폐지됐고, 이후 3년간도매년 신규상장사 10곳 중 3곳 이상이 퇴출됐다.
벤처거품 시기 이후에 상장된 기업들은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2003년 이후 코스닥 신규상장 기업 수는 672곳이며, 이 중 10.3%인 69곳이 상장폐지됐다.
코스닥 초창기에는 벤처 열기와 함께 많은 기업이 상장돼 주가가 치솟았지만 그만큼 퇴출된 기업도 많은 셈이다.
당시 코스닥시장에는 닷컴 열풍이 불면서 이상 과열 현상이 나타나 주가가 수십배 뛰는 기업이 속출했다.
거래소 측은 벤처거품기 상장기업들의 퇴출로 피해를 본 소액주주가 188만명에이르고, 그 피해규모가 24조7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코스닥기업 평균 소액주주 수와 평균 시가총액, 평균 소액투자자 지분율등을 벤처거품기 상장됐다가 퇴출된 392개사에 적용해 추산한 수치이다.
코스닥시장 분리를 요구하는 측에서는 코스닥이 분리되면 시장 간 경쟁으로 상장요건이 완화되고 상장기업 수가 늘어나 벤처캐피탈의 투자자금 회수가 수월해질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2005년 통합 거래소가 출범하면서 정상화된 코스닥시장이 다시 분리되면부실기업 상장이 되살아날 것이라는 게 거래소 측의 주장이다.
통합 직전인 2004년 말 890곳이었던 코스닥 상장사는 지난 5월 말 기준 1천69곳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6천억원대에서 3조5천억원 규모로, 시가총액은약 31조원에서 약 192조원으로 증가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시장 통합 이전 벤처거품 시기에 확장 일변도의 시장 운영으로 수많은 소액주주가 엄청난 투자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노동조합도 16일 "코스닥 분리론자들이 복원하려는 '묻지마 상장'은 버블을 재현하려는 탐욕이고, 그 결과는 창조경제의 붕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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