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정책 기대감 커…"펀드 환매 지켜봐야" 신중론도
코스피가 7일 장중 2,050선을 재탈환하는 등 증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과연 주가가 4년간 갇혀 있던 박스권을 벗어나 상승세를 지속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내 증시는 2012년 이후 1,800∼2,100 수준의 박스권에 갇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왔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이 동반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시장 일각에선 한국 증시가 이번에야말로 세계 증시의 상승 흐름에 동참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박스권을 뛰어넘기에는 여러 장애물이만만치 않다는 반론도 거세다.
◇ 코스피 2,050선 돌파…코스닥은 7년여만에 최고치 코스피는 이미 박스권 상단인 2,050선 부근까지 오른 상태다.
전날 기준으로 코스피는 2,046.43으로 장을 마감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19일(2,053.82) 이후 6개월여 만의 최고치다.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1,915.59)보다 130포인트가량 껑충 뛰어오른 것이다.
연초 이후 그리스의 불안 완화, 주요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확대가 최근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특히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달부터 내년 9월까지 매달 600억 유로를 시중에공급하기로 함에 따라 풍부해진 유동성이 국내로 빠르게 유입됐다.
고승희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외국인 자금의 국내증시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며 "다른 국가 대비 한국 증시가 저평가된 상황이라 외국인의 매수 강도는 점점 세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준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1%대까지 떨어지며 갈 곳을 잃은 자금이 증시로 몰려든 것도 호재다.
유가증권시장의 거래대금은 지난주 5조1천억원대까지 올라왔다.
코스닥시장은 더 뜨끈뜨끈하다.
코스닥은 지난 2월 5일 6년 8개월 만에 다시 600선 시대를 열고서 연일 고점을높이고 있다.
코스닥은 전날 662.15로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새로운 연중 고점이자 2008년 1월 18일(666.32) 이후 최고치다.
배성영 현대증권[003450] 연구원은 "중소형주와 코스닥주는 저성장·저금리 환경에서 대형주보다 이익 모멘텀 측면에서 우위에 있다"며 "시장 위험이 낮아진 상황에서 투자자의 위험 자산 선호는 당연히 몸집이 가벼운 쪽으로 쏠린다"고 설명했다.
◇ 실적 '날개' 달고 2,100선 돌파하나 전문가 다수는 이번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동성과 정책 기대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간 코스피의 발목을 번번이 잡아온기업 실적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영업이익 전망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증가한 32조2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업재와 통신, 유틸리티, 에너지, 소재, 필수소비재 등을 중심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대장주' 삼성전자[005930]가 어닝 서프라이즈로 실적 발표의 막을 올렸다.
이날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 5조9천억원의 영업이익(잠정실적)을 올렸다고 공시했는데, 이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증권사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5조4천400억원)을 훨씬 웃도는 수치다.
이런 흐름은 2분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갤럭시 S6의 판매량이 시장 기대치를충족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갤럭시 S6에 기존 퀄컴칩이 아닌 삼성전자의 반도체가투입돼 시너지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증시 전문가는 코스피가 박스권 돌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당장 외국인, 기관 등 수급이 한쪽으로강하게 쏠리지 않는데도 효율적으로 순환하면서 긍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 중 5월 고점을 2,150선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시점이 더 앞당겨 질 것으로 보인다"며 "조만간 2,100선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보증권[030610]도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의 상단을 종전 2,150에서 2,250으로높였다.
교보증권은 "단기 박스권 탈출 가능성이 크다"며 "추세적 상승은 실적이 뒷받침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 "단기 급등 우려해야" 신중론도 그러나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에만 다가가면 등장하는 기관의 차익실현성 매물에 대한 우려가 여전하다.
실제 코스피 2,000선 회복과 함께 주식형펀드의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
펀드 환매 물량이 나오는 창구인 투신(자산운용사)은 지난달 1조9천억원 어치를순매도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의 2,050 혹은 2,100 돌파는 가능할 수 있다"며 "다만 그 이상으로 가려면 기관에서 나올 매물 소화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요섭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1분기 실적 호전이 예상되는 업종은 국내 증시에서 이미 가파른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며 "주가 급등 이후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조언했다.
sj9974@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