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도 넉달째 증가…베이비붐·에코세대에서 늘어
50대 후반의 A씨는 올해 인생 2막을 열었다.
30년 직장생활을 끝낸 시점에서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지만 무척 힘든 결정이었다.
퇴직금을 포함한 여윳돈을 금융권에 맡기면 안전하지만, 초저금리 시대의 쥐꼬리 이자에 기댈 수는 없었다.
노후생활 밑천이므로 주식 투자도 내키지 않았다.
고민 끝에 그가 주목한 것은 숙박업이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지만 목만 좋으면대출 부담을 고려해도 수입이 쏠쏠해 보였다.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점도 동기가됐다.
사정은 다르지만 자영업에 뛰어드는 젊은층도 증가세다.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운 영향이 크지만 일찌감치 창업에 도전하는 사례도 있다.
자영업자가 많은 업종 중 하나인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6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뒀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 그들의 자녀인 에코 세대(1979~1992년)의 구직난이 맞물린 현실의 단면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본다.
29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통계를 보면 11월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598만1천명이었다. 개정 표준산업분류표를 적용해 조사한 2004년 이후 가장 많았다.
지난해 같은 달(576만9천명)보다는 3.7%(21만2천명) 늘었다. 지난해 6월 이후 18개월째 증가이다. 증가율로는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1.7%)의 갑절 수준이고, 증가인원으로는 전체(43만9천명)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산업분류표 개정이 있었기에 과거와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는 1990년대에는 400만명대에서 꾸준히 늘어 1997년 12월 593만8천명으로정점을 찍지만 외환위기의 격랑에 1998년에는 급감한다.
1999년부터 구조조정에 따른 자영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증가세를 탔지만 2002년 말부터 감소세로 돌아서고는 2011년 상반기까지 꾸준히 감소했다.
그 후로는 소폭 증감하다가 지난해 11월부터 증가세가 뚜렷해지더니 최근에는전년 동월 대비 증가폭이 20만명을 넘어서는 흐름이 5개월째 이어졌다.
세부적으로 보면 도소매업 취업자가 386만4천명으로 지난해 11월보다 3.6%(13만6천명), 숙박음식점업이 211만7천명으로 7만7천명(3.8%) 각각 증가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숙박음식점업의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가파른 편이다. 숙박음식점업 취업자에는 호텔과 콘도 등 대형업체 종사자도 있지만 자영업자가 상당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50대 후반 자영업자가 많이 증가하는 추세"라며 "은퇴 후 그간 일했던 분야의 경험을 살리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임금근로자에 해당하는 자영업자도 1990년대 이후 도소매·숙박음식점업 취업자의 증감과 큰 흐름을 같이해왔다.
자영업자는 지난 8월부터 넉 달 연속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고용원이 없는 1인자영업자(자영자)의 감소세에도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고용주)가 늘면서 전체 자영업자 증가를 주도했다는 점이다.
1인 자영자는 지난달 409만6천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8%(7만4천명) 줄어든 반면 종업원을 둔 고용주는 158만명으로 5.5%(8만3천명) 늘었다. 고용주는 지난 3월부터 9개월 연속 증가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자영업자가 증가 전환한 지난 8월을 기준으로 분석한 내용을보면 34세 이하 연령층에서 고용원이 있는 고용주 중심으로 증가세가 뚜렷했다.
8월 기준으로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만7천명 늘었는데, 이 중 34세이하 연령층이 3만9천명 늘며 증가분의 68%를 차지했다. 특히 34세 이하 연령층의증가인원(3만9천명) 가운데 3만명은 고용주였다.
물론 같은 시기 55세 이상의 자영업자도 7만4천명 늘었다. 반면에 30대 후반(35~39세)과 50대 초반(50~54세) 연령층에선 감소했다.
고용정보원은 "34세 이하의 자영업 증가는 청년 취업난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될수 있다"며 "숙박음식점업에서 많이 늘었지만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교육서비스 등에서도 증가한 점은 청년창업 육성책의 효과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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