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이어 미국의 경제지표마저 부진하게 나오면서 악재의 늪에 빠진 국내 주식시장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증시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투자심리를 움츠러들게 할 수는 있지만 미국의 경기 회복 흐름이 꺾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라고 진단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선진국 주식시장을 뒤흔든 악재는 우선 미국의 9월 소매판매 지표를 꼽을 수 있다. 전월보다 0.3% 감소하며 시장 전망(-0.1%)을밑돌았기 때문이다. 자동차 등의 판매 부진에 따른 8개월 만의 마이너스였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도 전월보다 0.1% 떨어졌다. 지난해 8월 이후 첫 하락이다.
미국 뉴욕주의 제조업 지표도 부진했다.
뉴욕증시는 장중에 급락세를 보였다. 앞서 유럽시장도 마찬가지였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장중에 3% 가까이 빠지기도 했지만 낙폭을 만회한 끝에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1.06%,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0.81%, 나스닥 종합지수는 0.28%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유럽 주요국 증시에선 연중 최저치가 속출했다. 영국 FTSE 100 지수는 2.83%,프랑스 CAC 40 지수는 3.63%, 독일 DAX 30지수 역시 2.87% 각각 급락한 결과다.
경기 회복 과정에서 경제지표가 굴곡을 보이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시장이 흔들린 것은 중국 경기가 부진하고 유럽에선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흐름에서미국 지표마저 악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발표된 독일의 8월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4%나 감소하며 유럽 경기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경제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1%포인트, 0.2%포인트 낮춘 바 있다.
여기에 에볼라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린 것도 잠재적 악재가 되고 있다. 확산 우려가 커질수록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서다.
이런 미국발 악재에 이날 코스피는 오전 10시 35분 현재 1,910선까지 밀렸다.
국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제 지표에 대해선 크게 우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미국 경제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핵심통계인 고용, 부동산 지표가 회복세를지속하고 있어서다. 따라서 이번 소매지표 부진도 일시적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박정우 삼성증권[016360] 책임연구위원은 "미국의 펀더멘털(기초여건)에는 문제가 없다"며 "금융시장에선 유럽의 디플레이션 리스크과 그에 대한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그런 불확실성이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경민 대신증권[003540] 연구위원은 미국 경제지표 부진에 대해 "경기 불확실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본다"며 "그보다는뉴욕증시가 장 후반에 낙폭을 줄인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뉴욕증시 하락은 유로존이 부진한 상황에서 미국 지표가 부진하게 나왔기 때문인데, 고용 개선과 부동산 지표 회복을 고려하면 미국 경기에 대해선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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