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고액배당 논란이 제기되는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지난해에도 어김없이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기업의 국내 고용창출 순기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들 기업 상당수는 지난해 임직원 수를 재작년보다 줄였다.
13일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주요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지난해 배당성향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투자기업 대부분이 100% 안팎의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
배당성향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가운데 주주에게 배당한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보여주는 비율이다. 보통 그 기업의 해당 사업연도 총 배당금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눠서 구한다.
배당성향이 100%인 기업은 그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을 모두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했음을 뜻한다. 배당성향이 100%를 넘으면 주주에게 돌아간 배당금이 당기순이익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한국암웨이는 지난해 59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였는데, 이 금액 모두를 주주인 '암웨이 유럽 리미티드'에 지급해 배당성향이 100%로 나타났다.
한국암웨이는 암웨이 유럽 리미티드가 전액 출자한 회사인데, 이 회사의 상위지배기업은 '미국 알티코 글로벌 홀딩'이다. 따라서 한국암웨이가 지난해 벌어들인이익 전액이 사실상 미국 본사로 빠져나간 셈이다.
담배 수입·유통 판매사업을 영위하는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도 작년 당기순이익(126억원) 전액을 주주인 미국 법인 '브라운앤드윌리엄스(B&W)홀딩스'에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한 해 당기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주주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해 배당성향이 100%를 넘는 외국인 투자기업도 있다.
한국아이비엠(IBM)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1천155억원이었지만, 주주에 지급한총 배당금은 1천330억원으로 나타나 배당성향이 115.1%였다.
담배 제조판매 사업을 하는 필립모리스코리아의 배당성향도 111.6%였다. 이 회사가 지난해 주주에 지급한 총 배당금은 1천571억원으로,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1천408억원)보다 많았다.
윤활유 제조 및 무역중개 사업을 영위하는 비피코리아도 지난해 당기순이익(194억원)보다 많은 배당금(260억원)을 주주인 '캐스트롤 리미티드'에 지급하면서 배당성향이 134.1%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기업들의 높은 배당성향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 기업의 배당성향에 대해 '단물 빼먹기 식 경영'이나 '국부 유출'이라는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비우호적 여론에 대해 일부 공감하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윤준수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부연구위원은 "벌어들인 이익보다 배당금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배당의 과도성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수 있지만, 외국인 투자기업의 높은 배당성향을 무조건 '국부유출'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기업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도나왔다.
백흥기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국내에서 고용을창출해 국내 경제발전에 기여한 부분도 있어 (외국인 투자기업을) 무조건 나쁘게만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기업 상당수는 재작년과 비교해 지난해 임직원 수를 줄였다.
한국아이비엠의 임직원 수는 2012년 2천506명에서 지난해 2천242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암웨이는 385명에서 372명으로, 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코리아도783명에서 758명으로, 필립모리스코리아 역시 647명에서 635명으로 각각 줄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이 기간에 임직원 수를 118명에서 135명으로, 유한킴벌리는 1천686명에서 1천722명으로 늘렸다.
ykba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