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협상 난항…노조에 제시할 '당근' 없어
한국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이 '공공기관 정상화' 방안의 이행을 완료하기로 했던 시한을 지키지 못했다.
이들 기관이 1분기까지 '방만경영' 해소를 위한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겠다고 정부에 스스로 약속했지만 노사간 견해차가 큰데다 단체협약 개정을 위해 노조에 제시할 만한 '당근'이 딱히 없어서다.
한국거래소는 직원 복지예산 감축안에 대한 노사간 협상에 앞서 공공기관 지정해제 문제를 놓고 노사간 시각이 엇갈린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1일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돼야 한다는 점에선 노사간 이견이 없다"면서도 "정부가 방만경영으로 지적한 문제를 먼저 풀어야 공공기관 지정이 해제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급한대로 올해 1월부터 의료비와 학자금 등 일부 복지성 예산 지급을 유보했다.
한국거래소 노조는 공공기관 지정 해제의 '위법성'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공공기관 지정 자체가 위법성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정상화'의 대상이된 것 자체가 원인 무효라는 논리다.
노조는 한국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유지한 결정은 위법이라며 지난달 초 현오석기획재정부 장관을 검찰에 고소했다.
노조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순수 민간 출자 기업인데도기재부가 자신의 통제하에 두려고 공공기관 지정을 해제하지 않았다"며 "이 문제가선결돼야 노사간 대화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각 공공기관의 세부적인 사정을 살피지 않고 정치적으로밀어붙이면서 노사 양측이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예탁원은 지난 2월 직원의 복리후생비를 1분기 안으로 50%까지 감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진도가 부진하다.
복리후생비 감축은 노사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하는데 예탁원 노조가 협상권한을양대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에 위임했기 때문이다.
예탁원 사측은 공대위와 별도로 노조와 개별 접촉을 시도 중이지만 노조가 공대위에 협상권을 넘긴 터라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예탁원 관계자는 "노사가 협상이 되려면 서로 주고받는 안이 있어야 하는 데 현재는 노조의 일방적인 양보만을 바라야 해서 협상이 난관을 겪고 있다"며 "정상화방안 이행을 위해 노사협상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공공기관이 의욕만 앞세워 정부의 시책에 무리하게 맞추려다보니 일정을서두른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다른 공공기관보다 먼저 정상화 방안을 이행하려고 1분기를 시한으로 보고했지만 너무 시간이 촉박했던 부분도 없지 않다"고 덧붙였다.
hska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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