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변에 실적 부진까지 겹쳐 투자심리 급랭
미국의 경제지표 호전에 이어 미국 정치권이 예산안에 합의함에 따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그동안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는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이로 인해 국내 증시에서는 투자심리가 위축돼 코스피가 1,970선 밑으로 떨어지면서 연말 랠리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12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코스피는 오전 10시42분 현재 1,966.75로 전날보다 0.57% 하락하면서 사흘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날 코스피 하락에는 미국 정치권의 예산안 합의로 연준이 양적완화 축소에 나설 기반이 마련됐다는 관측이 확산된 점이 원인이 됐다.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의 협상 대표는 2014 및 2015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했으며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의 지도부가 지지 의사를 표명함에 따라 이르면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가결되고 내주 초 민주당이 다수 의석인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예산안 통과 전망이 밝아지면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을피할 수 있게 되는 등 최근 몇 년간 되풀이됐던 연말연시 예산전쟁에서 벗어날 수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국 재정 집행의 불확실성과 이로 인한 경제의 타격을 줄여줘 연준이 실물경제의 타격을 우려하지 않고 그동안 풀었던 자금을 거둬들이는 양적완화 축소에나설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이 때문에 국내 증시에서는 연준이 오는 17∼18일(현지시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축소를 결정하거나 아니면 최소한 축소 시기를 시사하는 발언이라도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003450] 투자전략부장은 "연준이 최소한 12월에 소규모 양적완화 축소(스몰 테이퍼링)를 단행하거나 늦어도 내년 1월에 추진될 것임을 시사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미국 FOMC 회의를 앞둔 1주일 동안 시장의 불확실성은 높아질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재환 KDB대우증권 연구원도 "우리의 공식적인 양적완화 축소 예상 시점은 내년 3월이었으나 이 전망보다 다소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11월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후에는 컨센서스도 내년 3월에서 1월로 앞당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적완화 축소가 결정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과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증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에 연말을 앞둔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최근 엔저와 원고 등 환율 변동으로 인한 국내 경제의 타격 우려가 커진데다 상장기업들의 실적 전망도 개선되지 못하는 상황이어서 양적완화 축소는 국내증시에 '설상가상'의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된다.
물론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결정에는 실업률과 물가 등 경제의 여러 여건이 감안되기 때문에 실제 FOMC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는 상황이고, 양적완화 축소 우려는이미 그동안 국내 증시에 선반영된 악재여서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론도설득력은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는 국내 증시의 여건을 고려하면 최소한 연말에 주가가 상승세로 마감하는 '산타 랠리'의 가능성은 희박해진 것 아니냐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채현기 KTB투자증권[030210]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12월의 계절성과 양적완화 축소 관련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국내 증시환경을 고려하면 매도우위를 보이는 외국인 수급이 급격하게 전환되며 산타랠리가 재현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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