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양적 완화와 재정 정책으로 디플레이션과 엔고에서 탈출하려는 일본의 독한 생존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아베노믹스'가 보여준 효과로 경제 회생 기대감은 고조되고 있지만 '수퍼 파워'로의 재도약을 꿈꾸는 일본이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개가 아니다.
수출시장에서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한국 기업들은 아베노믹스를 계기로 제품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아베노믹스 일단 성공…수퍼파워 가능성은 "글쎄" 아베노믹스는 지난 6개월간 성공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적 완화 추진 기대감에 달러당 엔화 환율은 작년저점인 77.49엔에서 26일 현재 94.44원으로 22%나 올랐다.
가파른 엔화 약세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 기업의 이익 전망은 매우 밝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일본의 12개월 예상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작년 연말보다 15% 상향 조정됐고, 경기소비재는 30%, 에너지와 소재 업종은 20%가 넘는 상향 조정이 나타났다.
도쿄증시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 1,247.62로 작년 말보다 20% 상승했다.
일본은 신임 일본은행 총재가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부양책에 나서 추경, 재정정책, 금융정책을 모두 사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럴 경우 목표로 했던 경제성장률 2%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경제연구원 구본관 수석연구원은 "아베노믹스는 무력감에 시달리던 일본 경제의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적어도 올해는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아베노믹스를 발판으로 다시 한번 '슈퍼파워'로 올라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작거나 불확실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단 디플레이션 극복이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려고 시중에 막대한 돈을 풀었지만, 고질적인 수요 위축이 지속할 가능성이 있다.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상승한 수입 물가 탓에 오히려 경제의 질이 나빠질 수 있다.
정부의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것도 문제다. 일본의 공공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의 200%를 넘어섰는데 인플레이션이 시중 금리를 울리면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도 크게 늘게 된다.
또 엔저로 수출은 늘겠지만 에너지 수입 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고, 내년 소비세율 인상이 수요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 상무는 "일본이 지속적으로 성장률과 물가를올릴 수 있을지는 좀 두고 봐야 한다"며 "효과가 이어지지 않으면 추가로 양적 완화를 해야 하는데 그것은 독한 약을 연거푸 쓰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인구구조상으로도 예전 같은 고성장은 어려워 다시 경제적으로 패권을쥐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원 "일본 경제가 다시 '슈퍼파워'가 되는 것은 어려울것"이라며 "성장률이 세계경제 성장률보다 높게 나와야 위상이 좋아질 테지만 그렇지 못하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갈수록 고령화 사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엔저로 韓 수출은 타격…"日 경제회복 장기적으로 도움" 아베노믹스에 따른 일본 수출경쟁력 강화가 단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에 영향을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으로 한국과 일본의 상위 100대수출 품목 중 절반에 가까운 49개가 중복됐으며, 이들 품목이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차지하는 비중은 51.4%에 달했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위원도 "최근에는 선박, 자동차뿐 아니라 금속, 화학, 기계류 품목에서도 한국과 일본 간의 경합도가 크게 상승했다"면서 "이들 업종은 엔화약세로 직접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상무도 "일본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현지 기업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최근 일본 주식시장의 강세가 단순한 기대감 때문이 아니라 실제 기업이익 회복에 근거한 것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들어 엔화약세가 다소 완화됐지만,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BOJ) 신임 총재가 적극적 통화 완화를 공언한 만큼 당분간 엔저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로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엔·달러 환율의 12개월 전망치를 달러당 100∼106엔 수준으로 높게 제시하기도 했다.
따라서 한국 수출기업은 원화강세·엔화약세의 장기화에 대비, 전방위적 경쟁력제고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수석연구원은 "그동안의 급격한 엔저 현상은 진정되겠지만 연말까지 엔·달러 환율이 90엔 중반 대에 머물고, 원화도 강세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기업들은 원가 절감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경기가 살아나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수출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온다.
이효근 KDB대우증권 글로벌경제팀 팀장은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전에엔·달러 환율이 120엔일 때도 국내 기업들은 버틸 수 있었다"면서 "문제는 엔·달러 환율 수준이 아니라 글로벌 경기 부진"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세계 3위 경제 대국인 일본이 아베노믹스로 살아난다면, 한국이중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일본에 수출할 일도 많아질 것"이라고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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