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판 토빈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소식에 증권가가 촉각을 세우고 있다.
외화나 채권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거래세가 실제로 도입될 경우 외국인자금의 흐름이 크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31일 증권가 전문가들은 토빈세 도입이 국제 투기자금의 유출입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도입시 시장이 받을 충격을 줄이기 위해주변국과의 공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신경제연구소 박중섭 연구원은 "한국 시장에서만 세금을 부과하면 외국인 입장에서는 투자가 부담될 수밖에 없고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면서 "토빈세 도입은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내년부터 금융거래세를 도입하는 유럽도 11개국이 동시에 도입한다는 것"이라면서 "주변국과의 공조 없이 특정 시장만 도입하면 영향이 왜곡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선임연구원도 "채권거래세 등은 유럽도 내년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했다"면서 "세계 주요국이 전반적으로 채권거래세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토빈세 도입에 따른 충격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단정적으로 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다만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게 되는 만큼 외국인 자금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최근의 엔저ㆍ원고 현상을 너무 의식한 정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아이엠투자증권 임노중 투자전략팀장은 "외환거래에 세금을 물리면 현재 원화강세를 이끌고 있는 원화 매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나중에 반대로 원화 약세가 나타났을 때는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제도는 한번 도입하면 고치기 힘든 만큼 보다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미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작업에 착수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정부가 토빈세 도입을 검토한다는 언급이 몇 차례 있었지만이번 발표는 예전에 비해 상당히 구체적"이라면서 "시장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토빈세 도입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인지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기획재정부 최종구 국제경제관리관은 외환시장 안정 방안의 하나로 금융거래세 도입을 검토 중이며 세율은 다른 나라와의 자본유입 차를 줄여주는 정도가 되어야 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hwangch@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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