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인공지능(AI) 사이클 호황이 한국의 3.3% 고성장을 이끌고 있지만, 수요 견인과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을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가 생산성을 높여 장기적으로 '중립금리(자연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을 시사했다. 13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 크리슈나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과 대담 자리에서다.
○하이퍼 스케일러 초장기채, 장기 금리 상승 요인
신 총재는 현재 한국 경제가 'AI 업사이클'과 '중동 전쟁'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힘이 교차하는 지점에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AI 사이클이 중동 전쟁의 부정적 영향을 압도하며 올해 3.3%의 견조한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물가 측면에서는 두 요인이 결합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이 지난 여름 두 차례 연속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신 총재는 "헤드라인 및 근원 인플레이션 모두 당분간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은은 인플레이션이 적절한 시기에 목표치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시장에 매우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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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월 통화정책 소통 강화를 위해 도입한 'K-점도표'에 대해서는 "개별 금통위원들의 정책적 사고를 보여주는 훌륭한 스냅샷을 제공했다"며 "공개된 점도표만큼 구체적인 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물론 K점도표에는 스스로 정책적 손발을 묶어버릴 수 있다는 잠재적 단점도 존재한다"며 "한은은 이 제도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AI가 통화정책, 구체적으로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신 총재는 "한국은 AI 공급망의 중심에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2030년까지 글로벌 하이퍼스케일러(거대 기술 기업)들의 총 투자액이 매년 1조 달러를 넘어서고 이 수요가 한국으로 집중될 것"이라며 "늘어난 투자와 자금 조달 수요가 장기금리 상승에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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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더 높은 생산성과 고성장으로 인해 투자가 증가하고, 늘어난 투자는 더 큰 자금 조달 수요로 직결될 것"이라며 "실제로 하이퍼스케일러들은 만기가 아주 긴 장기 회사채 규모를 대규모로 발행하며 금리 상승세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금액 규모로는 작지만, 듀레이션(만기) 기준으로 환산하면 그 비중은 상당히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어떤 단순한 경제 성장 모델을 적용하든 성장률이 높아지면 이자율도 동반 상승한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며 "이러한 여러 조각들을 종합해 본다면, 장기금리에 관한 매우 중대한 질문들이 도출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율 안정, K양극화에 도움"
반도체 호황의 낙수 효과가 미치지 못한 산업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K자형 경제' 구조에 대한 질문에 대해 신 총재는 "IT 부문의 기업들은 호황의 혜택을 톡톡히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아주 광범위한 산업 부문들이 존재한다"며 "지역별로도, 산업 부문별로도 격차가 상당해서 경제 전반에 걸쳐 K자형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은행으로서 명심해야 할 것은 소득 하위 20% 가구는 소득의 32%를 식료품과 에너지에 지출하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통제야말로 취약계층을 돕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최근 나타난 원화 가치 상승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그는 "최근의 환율 절상은 가계의 실질 구매력을 높여 대외 수출 부문과 내수 부문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기여했다"며 "K자형 양극화 완화와 금융 안정 측면 모두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원화 절상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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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결론적으로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어느 정도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두 가지 측면 모두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선 터뜨리기'는 위험"
자산 시장과 가계부채 관리에 대해서는 '사전 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다. 신 총재는 "아시아 외환위기 직전을 100으로 설정한 금융취약성지수(FVI)가 현재 장기 평균치인 46 부근에 머물고 있다"며 "통화정책 긴축을 통해 이 지수의 상승세가 완만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은 대체재가 아닌 '보완재'임을 역설했다. 그는 "불균형이 과도하게 비대해진 뒤 수습하는 것은 바늘로 풍선을 찌르는 것과 같아 매우 위험하다"며 "모든 짐을 중앙은행에만 떠넘겨 거시건전성 규제를 완화하려는 유혹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와 의 정책 공조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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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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