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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러와 밀착 北, 깜짝 성장했지만…3년새 환율 9배·쌀값 8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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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연 서울대 석좌교수 "러와 밀착 北, 깜짝 성장했지만…3년새 환율 9배·쌀값 8배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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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3.5%다. 한국(1.0%)의 세 배를 웃도는 ‘깜짝 성장률’은 북한 주민의 삶이 나아졌다는 것을 의미할까. 제45회 다산경제학상 수상자인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는 “숫자의 함정일 뿐”이라고 말했다. 급격한 물가 상승 등으로 민생은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 경제의 베일을 벗기는 데 연구 인생을 바친 그가 마주한 최근 북한 경제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기형적이다. 김 교수는 지금의 북한을 “‘공격’(핵·군수)은 잘하지만 ‘수비’(민생·경제)는 엉망진창인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성급한 대화에 목매기보다 북한의 취약한 수비가 한계에 다다를 타이밍을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급격한 인플레로 타격
    한국경제신문이 다산 정약용 선생의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다산경제학상은 경제학 발전에 기여한 석학에게 수여하는 국내 최고 권위의 경제학상이다. 올해 다산경제학상은 경제 체제, 체제 이행, 그리고 북한 경제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낸 김 교수에게 돌아갔다. 북한 경제와 관련한 다양한 미시 데이터를 축적해 정성적 추측과 이념적 담론에 머무르던 북한 경제를 정통 경제학의 연구 대상으로 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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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시상식 후 인터뷰에서 김 교수는 최근 북한 경제의 반등 요인으로 ‘북·러 밀착’을 꼽았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발사대 등을 공급하고 병력을 파병하면서 경제적 대가를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위성사진에서도 군수공장을 중심으로 생산이 활발해진 정황이 관찰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아진 성장률이 민생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북한 정부가 장시장 활동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정권 입장에서는 시장 경제가 확산하는 것이 체제 유지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탈북민 조사 등을 통해 파악한 최근 북한 내 소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가 본격화한 2017~2019년 이전보다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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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북한 통화 가치 급락과 급격한 인플레이션은 북한 민생 경제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2023년 중반 달러당 약 8000원이던 북한 장마당 환율이 최근 7만원대까지 상승한 것으로 추정했다. 쌀 1㎏은 5000원대에서 4만원대로 급등했다.

    김 교수는 최근 북한 정권이 단행한 무분별한 화폐 발행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그는 “시장을 억압하면서 주민 생계가 어려워지자 2023년 말 북한 정부는 돈을 찍어 기업과 정부 기관 등의 임금을 20배 인상했다”며 “자본주의의 기본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는 임금을 20배 올려도 주민은 그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 “대북 협상 속도보다 시점 중요”
    김 교수는 북한이 시장경제를 인정해야경제를 되살릴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장 체제 전환이 어렵다면 시장 활동을 억압하지 않고 주민들이 스스로 생계를 꾸릴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면서도 북한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대북 협상에서는 속도보다 시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러 밀착으로 북한의 협상력이 높아진 상황에서 성급하게 협상에 나서면 북한의 핵 보유를 용인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김 교수는 “한반도 평화는 중요한 목표지만, 김정은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는 것 자체를 목표로 삼아서는 안 된다”며 “북한이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고 한국은 핵이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지는 평화는 깨지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향방 등 국제 정세를 함께 살펴 북한의 협상력이 약해지는 시점을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006년부터 최근까지 탈북민 약 3000명을 대상으로 각종 조사를 거쳐 저서 <강요된 이민과 탈북민의 남한 사회 적응>을 조만간 내놓는다. 그는 연구를 통해 탈북민의 한국 사회 적응을 좌우하는 건 경제적 지원 및 일자리 알선이 아니라 ‘가치관 변화와 인적 자본 능력 향상’이라는 점을 밝혔다. 김 교수는 “탈북민은 대체로 추론 능력 등 인지·비인지 능력이 한국민보다 떨어진다는 점을 발견했다”며 “대화의 맥락 등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 취업하더라도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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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급격한 통일은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독일 통일 당시 3000조원에 달하는 비용이 수반됐는데 북한 주민을 사회적 안전망으로 포용하려면 7000조~8000조원에 가까운 천문학적 비용이 들 것”이라며 “사회 통합을 준비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북한 경제 연구 맥 끊길까 우려”
    올해 말 은퇴를 앞둔 김 교수의 최대 고민은 북한 경제 연구의 맥이 끊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마지막 남은 북한 경제 전공 경제학과 교수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한 2006년 이후 북한 경제를 연구해 박사 학위를 받은 인력은 8명에 그친다.

    김 교수는 “북한 경제 데이터는 늘 부족해 연구가 힘들고, 유수의 저널은 북한에 관심이 없어 대학교수가 되기 어렵다”며 “정부가 당장의 정책 수요에 대응하는 데 그치지 말고 북한 경제 전문가를 체계적으로 키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소련과 패권 전쟁을 벌이던 시절 정부가 대학과 함께 소련 경제를 전공하는 교수를 전략적으로 육성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 교수는 “이번 수상이 제자들이 북한 경제 연구를 이어가도 된다는 중요한 메시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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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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