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잇는 매매가 인하 요구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초 매매계약을 한 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매수자의 가격 인하 요구가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과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 급등으로 시장금리가 크게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올해 3분기 미국 10년 만기 금리는 0.87%포인트 올라 1994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분기 단위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대규모 부동산 거래는 계약부터 매매 완료까지 통상 6~12개월이 걸린다. 그사이 금리가 크게 뛰어 매수자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ADVERTISEMENT
부동산 투자회사 이스텀캐피털은 약 2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를 2000만달러에 매입하기로 했지만 계약금을 내기 전 대출금리가 0.6%포인트 넘게 올랐다. 창업자 맷 로즌솔은 거래를 포기할 수 있다며 매도자를 압박해 가격을 60만달러 낮췄다.
부동산 투자회사 메달리스트다이버시파이드도 지난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주 그린빌의 소매시설을 1020만달러에 팔기로 했다. 하지만 금리가 오르자 매수자가 가격 인하를 요구했고 결국 10만달러를 깎아준 뒤에야 매도를 완료했다.
ADVERTISEMENT
단순히 자금 조달뿐만 아니라 국채와 비교한 상대 수익률도 부동산 매매가 인하를 요구하는 요인이다. 국채처럼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마저 금리가 상승하자 투자자는 부동산에도 더 높은 수익을 요구하고 있다. 임대료 수입이 그대로라면 매입 가격을 낮춰야 원하는 수익률을 맞출 수 있다.
금리 상승이 부동산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주며 8월 말부터 지난주까지 미국 주식형 리츠지수는 8% 넘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1%가량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대출 상환 부담도 늘어
기존 부동산 소유주의 대출 상환 부담도 커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30년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계약 금리는 지난주 기준 0.19%포인트 오른 연 7.49% 수준으로 집계됐다. 7주 연속 상승한 것으로,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다. 미국의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상업용·다세대 주택만 해도 5조달러를 넘어섰다. 신용카드 및 자동차 대출 잔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부동산 데이터 분석 업체 트렙에 따르면 8월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을 묶어 발행한 증권(CMBS)에서 특별관리 대상 대출의 비율은 11.42%로 2013년 2월 이후 가장 높았다. 특별관리 대상은 원리금을 제때 내지 못하거나 만기에 새 대출을 구하기 어려운 대출을 의미한다.
건설 및 부동산 담보대출을 주선하기로 한 금융사가 거래를 포기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는 임대 확약률 90% 이상의 판매센터에 건설 대출을 제공하기로 한 은행이 시장 상황을 이유로 철수했다. 계약된 금리에 맞춰 대출을 진행할 수 없게 된 데 따른 것이다.
ADVERTISEMENT
이 같은 추세는 지방정부 조세 수입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개발 사업 감소로 건설 일자리와 자재 수요 역시 줄고 있다.
◇회사채 만기에 떠는 한계기업
금리 충격은 기업으로도 번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CCC등급 이하 저신용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은 이달 연 17%까지 올라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에 추가로 얹는 위험 프리미엄도 12%포인트로 2022년 이후 가장 높다. 이는 관련 회사채 발행 감소로 이어졌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달 달러화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전망을 1600억달러에서 1100억달러 규모로 약 31% 줄였다.무디스 추산에 따르면 2026~2030년 만기가 돌아오는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는 역대 최대인 1조4500억달러어치다. 이 회사채 중 상당 부분은 팬데믹으로 저금리 상황이 조성된 2020년대 초반 조달된 것이다. 그만큼 기업이 체감하는 금리 상승폭은 더 클 전망이다. 기업들은 금리 부담에 투자와 사업 확장을 미룰 가능성이 있다.
ADVERTISEMENT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