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4분의 3이 지난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화두를 하나 꼽는다면 단연 ‘주식시장’일 것이다. 주식투자와 거리가 멀었던 필자조차 매일 코스피지수를 확인하게 됐고 생애 첫 투자에도 나섰다.
‘돈을 내고 원하는 회사에 투자한다’는 단순해 보이는 구조에도 수많은 법률과 제도가 얽혀 있다. 주식회사는 설립 단계부터 ‘상법’의 규율을 받는다. 설립 이후 회사가 성장하고 운과 실력이 뒷받침되면 상장의 기회를 얻게 되는데 이 과정 역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여러 금융규제의 틀 안에서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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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역할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평가받은 주식을 투자자가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식시장을 회사와 투자자의 자율에만 맡겨두지 않기 위한 다양한 원칙과 지침도 마련되고 있다. 지난 7월 발표된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이 그중 하나다. 이 원칙은 기관투자자가 투자 대상 회사의 중장기적 가치 향상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과 수익자의 중장기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준수해야 할 사항을 담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크니 안정적인 투자를 원한다면 미국 시장을 살펴보라”고 필자에게 조언을 건넸던 많은 이들이 바라던 보완책도 어쩌면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그 내용 자체가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더라도 단기적인 등락과 이른바 ‘단타’에 열광하는 시장에 장기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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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는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판단을 기초로 이뤄진다. 그런데 최근 10여 년간 재무적 요소뿐만 아니라 환경·사회·지배구조를 뜻하는 ESG와 같은 비재무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무제표를 넘어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까지 살펴야 주식시장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그렇다고 회사가 본질적인 목적인 이익 추구를 뒤로한 채 비재무적 가치에만 매몰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ESG는 재무적 가치와 대립하는 별개의 목표라기보다 기업의 장기적인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판단하는 요소다.
환경문제에 대한 대응, 근로자와 소비자에 대한 책임, 투명한 지배구조가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은 당장 양호한 실적을 내더라도 장기적으로는 규제와 평판, 경영권 분쟁 등 여러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결국 견고한 재무구조 위에 비재무적 가치가 더해질 때 기업은 경기 둔화와 시장 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
회사가 단기적인 재무제표에만 집착하지 않고 투자자와 함께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하며, 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관투자자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다한다면 우리 주식시장도 한층 성숙해질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언젠가는 코스피지수 소수점 아래의 등락에 하루의 희비가 엇갈리지 않고, 차트 너머에 있는 기업의 가치와 미래를 바라보며 투자할 수 있는 날을 맞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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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은 법무법인 YK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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