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美 10년물 5% 눈앞…글로벌 채권시장 매도 확산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에 바짝 다가섰습니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진 가운데 시장에서는 다음 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빠르게 반영하고 있습니다.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들어 거의 20bp(1bp=0.01%포인트) 상승했습니다. 11일에는 약 4.95%까지 올라 2023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007년 이후 최고치에도 근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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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라는 상징적인 수준에 가까워지면서 국채에 대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5% 선을 돌파할 경우 추가 매도세를 촉발해 충격이 글로벌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국채금리 급등의 핵심 배경은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입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약 5년 동안 Fed의 목표치를 웃돌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 유가까지 다시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쉽게 잡히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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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란전이 예상보다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전쟁 비용과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국채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16일 Fed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약 70%까지 반영하고 있습니다.
ING의 미주 리서치 책임자인 파드라익 가비는 현재 상황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하는 것은 전망이라기보다 거의 불가피한 일처럼 보인다며 채권시장에는 우려스러운 시기라고 평가했습니다.
단기물과 장기물 금리도 동시에 상승하고 있습니다. Fed의 통화정책 변화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이번 주 최고 4.59%까지 상승했습니다. 30년물 국채금리도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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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높은 금리 수준이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진입 기회를 제공하면서 30년물 국채 입찰에서는 강한 수요가 나타났습니다.
문제는 미국에서 시작된 금리 상승이 전 세계 채권시장으로 빠르게 번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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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목요일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호주의 벤치마크 국채금리도 금요일 10여 년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일본 국채금리 역시 심리적으로 중요한 3% 선에 근접했습니다.
뉴질랜드 채권시장은 특히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뉴질랜드 2년물 국채금리는 25bp 급등했습니다. 금리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워낙 강해 채권을 적극적으로 매수하려는 투자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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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를 넘어설 경우 32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뿐 아니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전망입니다.
베선트 장관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채권시장 매도세를 진정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미 재무부는 목요일 확대된 국채 바이백 프로그램의 첫 번째 매입을 실시했지만 시장 예상보다 적은 규모의 국채를 사들였습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미국 국채시장이 “매우 좋은 상태(very good shape)”라고 강조했습니다. 최근 두 차례 국채 입찰에서 강한 수요가 나타났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미국 국채가 다른 나라 국채보다 선방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미국 국채 총수익률 지수는 올해 1.4% 하락했습니다. 글로벌 국채지수의 하락률 1%보다 오히려 낙폭이 더 큽니다.
10년물 국채금리 5%가 중요한 이유는 국채금리 상승의 충격이 채권시장에 그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국채금리는 경제 전반의 자본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합니다.
특히 미국 모기지 금리는 중간선거를 앞둔 유권자들에게 민감한 문제입니다. 최근 미국 모기지 금리는 이미 1년여 만의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미국 국채금리가 글로벌 채권시장의 기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국 금리 상승은 다른 국가의 국채와 회사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주식시장에도 부담입니다. 미국 정부가 발행한 10년물 국채를 보유하는 것만으로 연 5%에 가까운 금리를 받을 수 있다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주식을 살 유인이 줄어듭니다.
주식에 투자하려면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위험자산의 기준으로 사용되는 미국 국채금리가 올라갈수록 투자자들이 주식에 요구하는 수익률도 높아지게 됩니다.
기업의 미래 이익에 대한 현재 가치도 낮아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이 5년 뒤 100달러를 벌어들인다고 가정하면 할인율이 5%일 때 현재 가치는 약 78달러입니다. 할인율이 10%로 올라가면 같은 100달러의 현재 가치는 약 62달러로 떨어집니다.
국채금리가 그대로 기업가치 평가에 사용되는 할인율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의 할인율에는 국채금리뿐 아니라 기업의 위험 등을 반영한 위험 프리미엄도 포함됩니다. 하지만 국채금리가 올라가면 기업가치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할인율 역시 대체로 높아집니다.
특히 기술주와 성장주가 금리 상승에 민감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기술주와 성장주는 현재 벌어들이는 돈뿐 아니라 앞으로 5년, 10년 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이 현재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습니다. 미래에 벌어들일 이익의 비중이 큰 기업일수록 할인율 상승에 따른 기업가치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습니다.
가장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5%에 도달했던 것은 2023년 10월입니다. 당시 1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으로 5% 선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S&P500지수는 2023년 7월 고점에서 10월까지 약 10% 조정을 받았습니다.
주택시장도 충격을 받았습니다. 미국 30년 고정 모기지 금리는 당시 8%에 육박하면서 주택 구매자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반대로 10년물 국채금리가 5% 부근에서 고점을 찍고 하락하기 시작하자 금융시장 분위기도 달라졌습니다. 높은 금리를 노린 채권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고 금리가 안정되면서 주식시장도 이후 강하게 반등했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금융시장 수석 경제자문역 존 히긴스는 일부 투자자들이 10년물 5%를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5%가 반드시 시장을 붕괴시키는 ‘마법의 숫자’는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오히려 장기 채권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프랭클린템플턴은 최근 10년물 금리가 약 4.75% 또는 그 이상이면 듀레이션을 늘리는 것을 고려할 만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현재 금리는 이미 이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높은 시작 금리는 역사적으로 향후 채권 수익률에도 유리한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입니다.
2. 미국 디젤 사상 첫 6달러 돌파…물류·농업·물가까지 압박
미국 디젤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넘어섰습니다. 우크라이나와 이란 전쟁으로 원유와 정유제품 공급에 동시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미국 경제 전반으로 부담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패트릭 드 한 가스버디 석유분석 책임자는 현재와 같은 높은 디젤 가격이 지속될 경우 미국 경제의 ‘조용한 살인자’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미국의 디젤 전국 평균 가격은 현재 갤런당 6.0556달러입니다. 트럭 운전사와 농민들이 대형 트럭과 트랙터에 연료를 채우는 데 드는 비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63% 증가했습니다.
미국 최대 농업주인 캘리포니아에서는 디젤 가격이 갤런당 7.9827달러로 사실상 8달러에 육박했습니다.
휘발유 가격 역시 계절적 기준으로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입니다. 미국 휘발유 가격은 이번 주 노동절을 맞아 갤런당 4.15달러까지 올라 노동절 기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드 한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현재 휘발유와 디젤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 약 7억달러를 더 지출하고 있습니다.
연료 가격 급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이달 들어 미국과 이란 간 교전이 크게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입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목요일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습니다. 지난 5월 이후 처음입니다. WTI 가격은 9월 들어서만 약 20% 상승했습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디젤과 휘발유를 생산하는 원재료 비용도 상승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디젤 가격 급등은 원유 가격만으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전쟁으로 세계 곳곳의 정유시설이 타격을 받으면서 원유를 디젤로 바꿀 수 있는 정제능력까지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유 가격 상승과 정유시설 부족이라는 두 가지 충격이 동시에 디젤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는 셈입니다.
밥 맥널리 래피던에너지 사장은 소비자들이 주로 휘발유 가격에 관심을 갖지만 실제 경제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는 연료는 디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운송부문 에너지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중·대형 트럭과 버스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90%, 철도는 약 95%가 디젤입니다. 미국 농업 장비 역시 대부분 디젤을 사용합니다. 선박은 중유 등 다른 연료 사용 비중이 크지만 수상운송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가운데 디젤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30%에 달합니다.
결국 미국에서 상품을 생산하고 전국으로 운반하는 과정 상당 부분에 디젤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농민들이 농작물을 심고 수확할 때 사용하는 트랙터와 각종 대형 농기계에도 디젤이 들어갑니다.
문제는 디젤 가격 상승이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만 디젤 가격이 오늘 오른다고 식품이나 소비재 가격이 바로 같은 폭으로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먼저 트럭 운송업체와 농가의 연료비가 올라갑니다. 이후 운송업체가 높아진 비용을 운임에 반영하고 농가와 식품업체의 생산비와 납품가격이 상승합니다. 마지막으로 유통업체가 이를 소매가격에 반영하면서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도 올라가게 됩니다.
과일과 채소 등 신선식품처럼 운송비의 영향을 빠르게 받는 품목은 수주에서 1~2개월 정도에도 가격 상승 압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면 가공식품과 일반 소비재는 기존 재고가 있고 운송계약과 납품계약의 가격을 다시 조정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소비자 가격에 한꺼번에 반영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전가하기도 합니다.
이 때문에 디젤 가격 급등의 간접적인 영향이 소비자물가 전반으로 확산되는 데는 3~6개월 정도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고 일부 품목에서는 영향이 더 오래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공급 측면의 상황도 심각합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했고 이에 따라 러시아 정부는 디젤 수출을 금지했습니다.
중동에서도 정유시설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란과 예멘의 후티 반군은 미국의 걸프 지역 동맹국들이 보유한 정유시설을 공격했습니다. 이란의 유조선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연료 수출 역시 제약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 정유업체 발레로의 게리 시먼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난 7월 30일 실적 발표에서 동유럽과 중동 전쟁으로 하루 약 500만배럴 규모의 정제능력을 가진 정유시설이 가동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앤디 리포 리포오일어소시에이츠 사장은 전쟁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디젤 공급량 가운데 약 8%가 사라진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를 대신할 여유 정제능력이 거의 없다는 점입니다. 헬리마 크로프트 RBC캐피털마켓 글로벌 원자재 전략 책임자에 따르면 미국 정유시설의 가동률은 현재 98%에 달합니다.
기존 정유시설을 사실상 최대한 가동하고 있어 디젤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릴 여력이 많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디젤 가격 급등은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네브래스카와 노스다코타, 아이오와, 캔자스 등 중서부와 대평원 농업지역은 트럭 운송과 농기계 등에 사용되는 디젤의 중요성이 큰 지역입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증류유는 네브래스카 전체 석유 소비의 42%를 차지합니다. 이보다 비중이 높은 주는 와이오밍과 노스다코타 두 곳뿐입니다. 네브래스카는 농장에서 사용하는 오프하이웨이 디젤 소비량도 미국에서 네 번째로 많습니다.
결국 디젤 가격 상승은 농가 생산비 상승과 운송비 상승을 거쳐 식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동시에 농업지역 주민들의 체감 경제에도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높은 디젤 가격이 실제 유권자의 투표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다만 디젤 가격이 단순한 주유소 연료 가격을 넘어 미국의 물류와 농업, 소비자물가, 중간선거를 앞둔 경제 환경까지 연결되는 변수가 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3. 브리지워터 CIO도 AI 위험 경고…“사람 죽이기 전까지 대응 안 할 수도”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월가에서도 AI가 장기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세계 최대 헤지펀드 가운데 하나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그레그 젠슨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11일 공개된 블룸버그 ‘오드 랏츠’ 팟캐스트에서 AI가 인간보다 뛰어난 투자 판단을 내리는 수준에 빠르게 접근하고 있다면서 동시에 통제에 실패할 경우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젠슨은 “우리보다 똑똑하면서 스스로의 목표를 추구하는 지능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면, 나머지 결론은 논리적으로 따라온다”고 말했습니다.
젠슨은 현재 AI를 둘러싼 상황을 2020년 2월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비교했습니다. 당시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보고되고 이탈리아에서도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했지만 세계는 앞으로 벌어질 충격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했습니다.
AI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 젠슨의 우려입니다. 그는 “불행하게도 역사를 보면 AI가 실제로 사람들을 죽이기 시작하기 전까지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관계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대응이 지연되고 있다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상황은 더욱 절망적으로 변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젠슨은 AI 개발기업에 법적인 책임을 부과하는 방안도 제시했습니다. AI가 일으킨 범죄나 피해에 대해 개발회사가 책임을 지도록 하면 기업들이 AI 개발 속도와 안전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미국이 규제를 강화하면 중국이 AI 개발 경쟁에서 앞서갈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중국 공산당 역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해야 할 이해관계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젠슨은 AI로 인한 화이트칼라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기계 노동 토큰세’를 도입하는 방안도 제안했습니다. AI 사용에 세금을 부과해 일자리 충격을 완화하고 AI 안전 감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는 구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젠슨이 AI의 위험성을 강하게 경고하면서도 브리지워터는 투자 업무에서 AI를 공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약 1500억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브리지워터의 AI 토큰 사용량은 200배 증가했습니다. 젠슨은 브리지워터의 AI 관련 투자가 수익성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브리지워터는 AI가 인간 펀드매니저의 의사결정을 돕는 방식뿐 아니라 컴퓨터가 투자 결정을 주도하는 ‘AI 퍼스트(AI-first)’ 모델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AI가 인간 투자자를 보조하는 도구에서 직접 투자 판단을 주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젠슨은 앞으로 몇 년 정도면 AI가 브리지워터의 모든 인간을 합친 것보다 투자 판단에서 상당히 뛰어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브리지워터는 AI를 내부 투자 시스템에 활용하는 동시에 AI 관련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AI 관련 보유 종목에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아마존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AI 개발 현장에서도 비슷한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오픈AI와 앤트로픽에서 약 3년 동안 AI 모델의 사전학습을 연구한 제이컵 콕슨은 지난 9일 앤스로픽을 퇴사하면서 AI 개발 경쟁의 위험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콕슨은 CNN 인터뷰에서 오픈AI와 앤스로픽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초지능을 향해 경쟁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숨을 걸고 도박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콕슨은 받을 예정이었던 앤스로픽 지분이 베스팅되기 두 달을 남겨놓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베스팅은 회사가 직원에게 약속한 주식이나 지분이 일정 근무기간을 채운 뒤 실제 직원의 소유로 확정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만 콕슨이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AI가 당장 인류를 멸종시킬 것이라고 주장한 것은 아닙니다.
그가 우려하는 것은 앞으로 AI가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갖추고 AI가 다시 더 뛰어난 AI를 만드는 ‘재귀적 자기개선’이 가능해지는 상황입니다.
AI가 AI 연구를 수행해 자신보다 뛰어난 AI를 만들고 새롭게 만들어진 AI가 다시 더 뛰어난 AI를 만드는 과정이 반복되면 인간이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능력이 발전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이른바 ‘지능 폭발’ 가능성입니다.
물리적인 몸이 없는 AI가 현실 세계에 어떻게 위협이 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됩니다.
AI 안전 연구자들이 우려하는 시나리오의 핵심은 미래의 AI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인간과 소통하며 여러 단계의 작업을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적인 시스템으로 발전할 가능성입니다.
이 경우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인간이 사실상 AI의 ‘손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사이버 공격의 경우 물리적인 몸이 없어도 컴퓨터와 네트워크 자체가 행동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현재 AI가 이런 능력을 갖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초지능이 등장하고 높은 자율성을 갖추면서 동시에 인간이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여러 가정이 겹쳐진 미래의 위험 시나리오입니다.
회사를 떠난 콕슨만 이런 우려를 제기하는 것도 아닙니다.
앤스로픽에서 현재 AI 정렬과학을 이끌고 있는 에번 허빙어도 AI가 향후 10년 안에 모든 인간을 죽일 가능성을 개인적으로 10% 이상으로 본다고 밝혔습니다.
허빙어 역시 현재 AI 모델의 위험이 당장 그렇게 높다는 의미로 말한 것은 아닙니다. AI가 재귀적인 자기개선을 통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초지능으로 발전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허빙어는 앤스로픽이 AI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초지능을 인간의 의도에 맞게 통제하는 ‘정렬’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허빙어와 콕슨은 미래 AI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비슷한 우려를 갖고 있지만 대응 방법에서는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허빙어는 AI가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개발 현장 안에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콕슨은 위험성을 알면서도 다른 회사가 먼저 초지능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경쟁 때문에 개발을 멈추지 못하는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보고 회사를 떠난 셈입니다.
4. 스페이스X, AI 컴퓨팅으로 월 11억달러…최종 목표는 ‘우주 데이터센터’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인공지능(AI) 인프라 사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최근 한 고객과 월 11억1000만달러 규모의 AI 호스팅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연간으로 단순 환산하면 약 130억달러에 달합니다.
AI 호스팅은 스페이스X가 확보한 데이터센터와 전력, 엔비디아 GPU 등 AI 컴퓨팅 자원을 다른 회사에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 사업입니다.
고객사가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고 수많은 GPU를 확보하는 대신 스페이스X가 구축한 인프라를 이용해 AI 모델을 학습하거나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브렛 존슨 스페이스X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0일 골드만삭스 커뮤니아코피아·테크놀로지 콘퍼런스에서 이 같은 계약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계약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시작될 예정입니다.
이번 계약이 중요한 이유는 스페이스X가 단순한 로켓·위성 기업을 넘어 AI 컴퓨팅 인프라 사업자로 영역을 넓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는 현재 외부 AI 개발사에 컴퓨팅 용량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앤스로픽과 구글과의 관계도 언급했습니다.
AI 기업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서까지 컴퓨팅 자원을 확보하려는 이유는 AI 개발에 필요한 전력과 첨단 GPU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는 이런 공급 부족을 새로운 사업 기회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계약으로 스페이스X는 올해 말 연간반복매출(ARR) 1000억달러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높였습니다. ARR은 현재 발생하는 반복적인 매출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입니다.
다만 스페이스X의 최종 목표가 다른 AI 기업에 GPU를 빌려주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는 외부 AI 기업에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면서 데이터센터 투자비를 회수하고 현금을 벌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 인프라를 이용해 스페이스X 자체 AI 모델과 서비스를 운영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때문에 AI 호스팅 계약 기간도 비교적 짧습니다. 존슨 CFO에 따르면 대부분 처음 약 90일을 계약한 뒤 추가로 90일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약 6개월 정도입니다. 앞으로 자체 AI 사업이 커지면 외부 기업에 빌려주고 있는 GPU와 컴퓨팅 자원을 스페이스X가 직접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는 AI 컴퓨팅 인프라를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올해 말까지 지상 컴퓨팅 용량을 2기가와트(GW) 이상으로 늘리고 내년에는 5~10GW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센터의 규모를 설명할 때 전력량이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습니다. 수많은 AI 반도체를 가동하려면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GPU뿐 아니라 GPU를 돌릴 수 있는 전력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스페이스X가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습니다. 바로 AI 반도체 확보입니다.
존슨 CFO는 스페이스X가 현재 AI 컴퓨팅에 엔비디아 GPU만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데이터센터와 전력을 아무리 많이 확보해도 GPU가 없으면 실제 AI 컴퓨팅 능력을 늘릴 수 없습니다.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와의 관계를 통해 필요한 GPU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의 수익성도 상당히 높을 수 있다는 것이 스페이스X의 설명입니다. 존슨 CFO는 AI 인프라 투자금의 회수 기간이 1년 미만이 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GPU는 데이터센터에 설치한 직후부터 외부 고객에게 컴퓨팅 자원을 빌려주면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형 엔비디아 GPU도 일정한 가치를 유지하고 있어 투자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습니다. 앞으로는 항공기나 자동차를 담보로 금융회사가 돈을 빌려주는 것처럼 GPU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새로운 금융시장이 형성될 가능성도 제기했습니다.
스페이스X의 계획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장기적으로는 AI 데이터센터 자체를 지구 궤도로 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궤도 컴퓨팅입니다.
기존 위성이 주로 데이터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면 앞으로는 위성에 AI 컴퓨팅 장비를 직접 탑재해 우주에 떠 있는 데이터센터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스페이스X는 내년에 첫 궤도 컴퓨팅 위성을 발사하고 2028년부터 본격적인 배치에 나설 계획입니다. 스타링크 V3 위성에 사용하는 기본 플랫폼을 활용하되 통신장비 대신 컴퓨팅 장비를 탑재하고 태양광 발전 능력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AI 데이터센터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전력과 냉각입니다. 수많은 GPU가 막대한 전력을 사용하고 많은 열을 발생시키기 때문입니다.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토지도 필요하고 전력망 연결과 각종 인허가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스페이스X는 우주 데이터센터가 이런 제약을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우주에서는 태양광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지상의 비싼 부동산을 확보할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우주 데이터센터가 실제로 경제성이 있는지는 아직 입증되지 않았습니다. 반도체와 장비가 우주의 방사선과 극심한 온도 변화, 발사 과정의 충격을 견뎌야 합니다. 고장이 발생하면 지상 데이터센터처럼 쉽게 수리하거나 반도체를 교체하기도 어렵습니다.
우주와 지구 사이에서 막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아야 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합니다.
스페이스X의 우주 데이터센터 구상이 현실화되려면 스타십의 완전 재사용도 중요합니다.
여기서 완전 재사용은 우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와 위성을 다시 지구로 가져와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AI 장비를 우주로 운반하는 로켓을 회수해 다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로켓을 한 번 발사할 때마다 버린다면 수많은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장비를 지속적으로 우주로 보내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스타십의 부스터와 우주선을 회수해 반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우주로 화물을 운반하는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X는 이미 팰컨9의 1단 부스터를 반복적으로 재사용하면서 이런 방식의 가능성을 보여줬습니다. 스타십에서는 이를 한 단계 더 발전시켜 로켓 전체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존슨 CFO가 우주 컴퓨팅이 지상 컴퓨팅보다 유리해지는 시점은 결국 재사용성에 달려 있다고 강조한 이유입니다.
다만 스타십을 재사용한다고 우주에 올려놓은 AI 데이터센터 위성과 장비까지 다시 지구로 가져오는 것은 아닙니다.
수명이 끝난 위성을 처리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궤도를 낮춰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시킨 뒤 소각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방법은 운용 중인 위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낮은 별도의 ‘폐기 궤도’로 이동시키는 것입니다.
하지만 폐기 궤도로 보낸다고 위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위성 수가 크게 늘어나면 장기적으로 폐기 위성과 우주쓰레기를 어떻게 관리할지가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위성이 많아질수록 서로 충돌할 가능성도 커지고 충돌 과정에서 수많은 파편이 발생하면 다른 위성까지 위협할 수 있습니다.
수명이 끝난 위성을 대기권으로 떨어뜨려 태우는 방법도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위성을 구성했던 금속 등이 대기권에서 타면서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장기적으로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우주 데이터센터가 대규모 산업으로 성장하려면 발사 비용뿐 아니라 수명이 끝난 위성을 어떻게 안전하게 폐기하고 우주 환경을 관리할 것인지까지 해결해야 합니다.
5. MS 데이터센터 12GW→38GW 추진…컴퓨팅 부족에 고객까지 놓쳤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용량을 현재보다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입니다.
AI와 클라우드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컴퓨팅 용량 부족으로 일부 고객을 받지 못하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대규모 증설에 나선 것입니다.
블룸버그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MS는 현재 약 12기가와트(GW)인 전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을 2032년 38GW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38GW는 뉴욕주 전체가 전력 수요가 가장 많은 시간대에 사용하는 전력량을 넘어서는 규모입니다.
이 계획에는 MS가 직접 소유한 데이터센터와 임차한 시설이 모두 포함됩니다. 다만 코어위브와 같은 이른바 ‘네오클라우드’ 업체에서 빌려 사용하는 컴퓨팅 용량은 제외됩니다.
다만 이 계획은 앞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MS 대변인 프랭크 쇼는 블룸버그 보도 이후 해당 계획에 제시된 수치가 정확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공개한 내용 외에 별도의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MS가 데이터센터 증설에 다시 속도를 내는 가장 큰 이유는 컴퓨팅 용량 부족입니다.
AI 붐이 시작된 지 3년 이상이 지났지만 MS는 여전히 충분한 서버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2025년 초 일부 데이터센터 개발을 중단했던 결정이 공급 부족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사용할 수 있는 서버가 부족해지면서 일부 고객은 다른 클라우드 업체로 이동했습니다. AI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더 많이 판매하려던 MS 영업조직에도 부담이 됐습니다.
AI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만큼 실제 매출과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확인하려는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졌습니다. MS의 최근 회계연도 설비투자(CAPEX)는 1450억달러에 달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도 투자 규모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컴퓨팅 용량 부족은 MS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구글도 급증하는 AI 수요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MS와 구글, 아마존, 메타 등 AI 컴퓨팅 확보 경쟁을 벌이는 4대 빅테크는 앞으로 수년 동안 데이터센터 장비와 임차 등에 약 2조4000억달러를 투입하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
AI 시대에는 좋은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얼마나 많은 데이터센터와 전력, 반도체를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는 것입니다.
반면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반발도 커지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는 상당수 미국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텍사스와 뉴욕 등 일부 지역에서는 정치권에서도 신규 데이터센터 개발에 제동을 거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MS 내부에서는 최근 컴퓨팅 부족 문제가 조금씩 완화되기 시작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7월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르게 새로운 컴퓨팅 용량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 하드웨어를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해 수익성을 높이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 애틀랜타 지역에 건설 중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단지 ‘이스트 US 3(East US 3)’입니다. 이 시설은 현재 MS의 최대 데이터센터 거점인 버지니아 지역의 용량 부족을 완화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MS는 고객이 선호하는 지역의 데이터센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자체 제품 개발이나 내부 업무 일부를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다른 데이터센터로 옮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애틀랜타 지역에서는 올해 약 300메가와트(MW)의 데이터센터 전력이 새롭게 가동될 예정입니다. 앞으로 수년 동안 이 지역의 용량은 1GW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 데이터센터 단지를 개발하는 데는 수백억달러가 투입됩니다.
다만 이 시설은 엔비디아 GPU를 대규모로 사용하는 AI 전용 데이터센터와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인텔 등의 서버를 사용하는 CPU 기반 범용 컴퓨팅이 중심이며 데이터베이스와 일반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등을 처리하는 용도입니다.
현재 MS의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은 약 12GW입니다. 이 가운데 AI 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구성된 용량은 약 2GW로 전체의 약 17% 수준입니다.
하지만 2032년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이 계획대로 38GW까지 확대될 경우 AI 전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용량은 전체의 약 3분의 1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순 계산하면 약 12~13GW 수준입니다.
전체 데이터센터 용량은 3배 이상 늘어나지만 AI 관련 컴퓨팅 용량은 지금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셈입니다.
다만 AI 시대에도 CPU의 중요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AI 서비스는 GPU뿐 아니라 CPU 서버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핵심 연산에는 GPU가 사용되지만 데이터 처리와 저장,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에는 여전히 CPU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MS 클라우드 인프라 담당 임원인 알리스테어 스피어스는 이를 두고 “GPU만으로는 훌륭한 AI 인프라를 만들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MS는 GPU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CPU를 포함한 전체 컴퓨팅 인프라를 동시에 확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현재 MS가 겪고 있는 데이터센터 부족에는 과거의 투자 결정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약 2년 전 에이미 후드 MS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데이터센터를 지나치게 많이 건설할 가능성을 우려해 일부 개발을 중단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AI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MS 내부에서는 당시 결정이 현재의 데이터센터 병목현상을 초래한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MS 고위 경영진 가운데 상당수도 당시 결정을 아쉬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후드 CFO는 최근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데이터센터를 실제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상태까지 전환하는 시간을 줄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데이터센터 건물이 완성되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서버를 설치하고 고객에게 실제로 판매할 수 있는 컴퓨팅 용량으로 얼마나 빨리 전환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데이터센터 부족은 실제 영업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블룸버그가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MS는 미국과 유럽의 주요 데이터센터 지역에서 신규 클라우드 서비스 가입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일부 고객은 결국 경쟁사와 계약했습니다.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테무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테무는 MS의 주요 클라우드 고객이지만 원하는 지역에서 추가 컴퓨팅 용량을 확보하지 못하자 지난해 오라클 클라우드와 대규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S가 데이터센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쟁사에 매출 기회를 넘겨준 셈입니다.
MS가 앞으로 사용하기 위해 계약한 데이터센터 임차 규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회사 공시자료에 따르면 MS의 미래 데이터센터 임차 계약 규모는 3290억달러에 달합니다.
MS가 직접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것뿐 아니라 외부 사업자의 시설을 빌리는 방식까지 동원해 컴퓨팅 용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컴퓨팅 용량 부족은 단순히 새로운 고객을 받지 못하는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서비스 장애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8월 MS의 소프트웨어 개발 플랫폼 깃허브는 약 8시간 동안 서비스 장애를 겪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가 데이터센터 용량 부족이었습니다.
AI를 이용해 코드를 작성하는 사용자가 급증하면서 깃허브의 컴퓨팅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결국 깃허브는 아마존웹서비스(AWS)를 포함한 다른 데이터센터 사업자의 인프라까지 사용해야 했습니다.
미국 내 데이터센터에 여유가 없을 때는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미국 서비스를 처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데이터가 먼 지역을 오가면 서비스 속도가 느려질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부족의 영향은 MS의 게임 사업에서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엑스박스는 기존에 사실상 무제한으로 제공하던 클라우드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에 최근 사용시간 제한을 도입했습니다. 새롭게 정해진 시간을 초과하면 추가 비용을 내도록 했습니다.
AI뿐 아니라 클라우드와 소프트웨어, 게임 등 MS의 여러 사업에서 컴퓨팅 수요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 확보가 회사 전체의 중요한 과제가 된 것입니다.
결국 MS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AI 수요가 있느냐가 아닙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와 클라우드 수요를 감당할 데이터센터를 얼마나 빨리 확보할 수 있느냐입니다.
데이터센터는 계획을 세운 뒤 실제 가동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 가동되기 시작한 일부 MS 데이터센터는 코로나19 초기 재택근무 확산으로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했을 당시 처음 계획된 시설입니다.
지금 내리는 데이터센터 투자 결정이 실제 컴퓨팅 용량으로 연결되기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MS는 현재 약 12GW인 데이터센터 용량을 2032년 38GW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전용 컴퓨팅 용량도 현재 약 2GW에서 장기적으로 전체 용량의 약 3분의 1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입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