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A씨는 명절 선물로 들어오는 스팸 세트를 꽤나 유용하게 활용한다. 밥반찬이나 찌개 재료로 두고두고 쓸 수 있어서다. 반면 카놀라유·해바라기유가 포함된 선물 세트는 그리 달갑지 않다. 수납공간만 차지하는 애물단지에 불과하다. A씨는 "카놀라유 위주의 구성은 처치 곤란"이라고 말했다. 추석 2~3주 전 '선물세트' 관심 집중
11일 한경닷컴이 산업 맞춤형 인공지능(AI) 분석 기업 뉴엔AI 리포트를 분석한 결과 추석 가공식품·오일류 선물세트 시장이 관행적인 묶음 상품에서 맛·가격·활용도를 따지는 '알짜 구성'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뉴엔AI는 카페·블로그·커뮤니티·사회관계망서비스(SNS)·유튜브·지식인 등에서 확인된 추석 선물 관련 정보 51만1736건을 조사했다. 언론 보도는 제외했다. 2024년 추석(9월17일)과 지난해 추석(10월6일)이 포함된 주를 기준으로 직전 5주, 직후 3주 사이 언급량을 비교했다. 여기에 AI 플랫폼 '퀘타아이'를 활용해 맥락·연관어 등을 분석했다. 추석 선물세트를 판매 중인 기업 8곳을 주요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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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엔AI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가공식품·오일류 추석 선물세트에 관심을 갖는 시점이 달라졌다. 2024년만 해도 추석 선물 언급량은 명절 당일이 포함된 주에 6만1346건으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지난해엔 추석 당일 1주 전 5만6844건을 나타내 언급량이 가장 많았다. 추석 당일이 포함된 주엔 언급량이 4만4078건으로 직전 주보다 약 22.5% 줄었다.
뉴엔AI는 "황금연휴·택배 조기 마감에 더해 유통사가 사전예약 기간을 40일로 늘린 영향"으로 봤다. 추석 2~3주 전 선물을 비교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흐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상황이다.
'선두' CJ제일제당 아래 동원·풀무원 '추격'
선물 선택의 핵심 기준은 '맛과 가격'으로 확인됐다. 상위 50개 키워드를 속성별로 분류한 결과 '맛'은 35.6%, '가격'은 31.1%로 총 66.7%를 차지했다. 브랜드는 26.9%, 보관·유통 편의는 6.4%로 집계됐다.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가격 부담은 적은지를 함께 따진 셈이다. 뉴엔AI는 "비용 부담은 덜면서도 성의를 전달할 수 있는 구성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ADVERTISEMENT
이 같은 기준은 브랜드 간 경쟁에도 반영됐다. 브랜드별 언급량은 CJ제일제당이 7940건으로 가장 많았다. 동원(1688건)의 약 4.7배에 달했다. 동원 다음으로는 풀무원(1360건), 오뚜기(764건), 대상(662건), 샘표(458건), 사조대림(428건), 롯데웰푸드(375건) 순이었다.
CJ제일제당·동원이 함께 언급된 건수는 876건으로 모든 브랜드 간 조합 중 가장 많았다. 스팸과 참치 중 어느 쪽을 더 요긴하게 쓸지를 따진 결과다. 뉴엔AI는 "참치캔은 김치찌개, 볶음밥, 샐러드 어디든 다 들어가서 활용도 면에선 스팸보다 훨씬 실용적"이란 소비자 반응을 포착했다.
풀무원은 식물성 대체육, 국산 참기름·들기름의 건강 이미지가 강점으로 꼽혔다. CJ제일제당과의 동시 언급량은 563건으로 집계됐다. 오뚜기와는 517건, 동원과는 398건을 기록했다. 익숙한 캔·가공육 대신 건강을 챙길 선물을 찾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에서 선물세트 종류·구성이 다양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식용유 선물'엔 불만…"스팸 세트 들어오면 든든"
선물세트 구성은 기업 평가에서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CJ제일제당 추석 선물세트 관련 언급량 중 '긍정' 비중은 66.7%였지만 '부정'도 12%를 차지해 8곳 중 가장 높았다. '선호하지 않는 식용유 위주 구성'에 대한 불만이 컸다. 실제로 "명절 선물로 스팸 복합세트가 들어오면 든든하다. 호불호 안 갈리고 쟁여두면 1년 내내 밥반찬이나 찌개용으로 다 먹는다"는 반응과 함께 "선물세트에 카놀라유나 해바라기유만 잔뜩 들어있는 구성은 평소에 잘 안 먹어서 팬트리에 쌓인다"는 목소리가 딸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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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은 '긍정' 63.4%, '부정' 6.5%로 나타났다. 2만~3만원대 구성은 호평받았지만 명절마다 들어온 참치캔이 쌓인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 자주 먹는 제품도 반복해서 선물로 받으면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풀무원은 긍정과 부정이 각각 69.3%, 5.1%를 차지했다.
오일·조미료도 평소 쓰던 제품인지 여부에 따라 평가가 엇갈렸다. 오뚜기는 참기름 인지도와 부담 없는 가격으로 긍정 언급량(72.5%)이 '부정'(4.9%)을 압도했다. 다만 햄·참치 제품은 인지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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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기초 조미료의 실용성, 항아리형 장류 포장으로 긍정 75.2%, 부정 3.2%를 나타냈다. 소비자들은 "배달 음식보다 집밥을 매일 해 먹는 주부 입장에선 햄만 든 세트보다 청정원 복합세트가 훨씬 실용적"이란 반응을 보였다. 반면 잘 쓰지 않는 조미료가 방치된다는 불만도 포착됐다.
샘표도 제품의 익숙함이 소비자 평가를 좌우했다. 연두·양조간장 품질을 인정받아 긍정 71.4%, 부정 3.9%를 기록하면서도 평소 연두를 쓰지 않는 가정에선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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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를 앞세운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약점으로 파악됐다. 사조대림은 참치캔 '안심따개'와 해표 식용유에 대한 신뢰, 대량 구매 가격 경쟁력에 힘입어 긍정 비중이 71.5%를 차지했다. 부정 언급량은 5.4%로 조사됐다. 소바자들은 "스팸이나 동원참치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약해 선물로 받았을 때 '가성비로대운 선물'이란 인상을 주기 쉽다"고 아쉬워했다.
롯데웰푸드는 로스팜의 돼지고기 함량·풍미가 호평을 끌어냈다. 다만 '스팸 대체재'라는 인식이 강해 긍정 비중이 53.3%로 가장 낮았다. '부정'은 6.7%였고 '중립'은 40%에 달했다.
소비자 반응과 언급량을 종합하면 '실속 있는 선물은 받는 사람의 식습관과 조리 방식에 맞아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뉴엔AI는 "명절 당주 프로모션 대신 택배 조기 마감 전인 '추석 2~3주 전'에 사전 예약 할인과 핵심 프로모션을 집중 배치해야 한다"며 "구색 맞추기용 비선호 식용유·조미료를 배제하고 실사용률 높은 단일·핵심 품목 위주 2~3만원대 세트 기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