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전기차·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신규 프로젝트 건설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전국 배터리 생산능력과 가동률을 전수 조사한 데 이어 최근에는 신규 프로젝트 건설 관련 인허가까지 잠정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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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새로 계획된 배터리 생산능력만 지난해 중국 전체 생산량의 1.5배에 달할 정도로 공급과잉 우려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중국 정부는 연말 기업별 가동률을 평가해 효율성이 높은 기업에만 다음 단계 증설을 허용할 방침이다. 저가·저효율 설비를 정리하고 배터리업계 네이쥐안(출혈 경쟁)을 억제하려는 정책이 본격적인 생산능력 통제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 '배터리 네이쥐안' 손본다
11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 전역에 있는 공장의 전기차·ESS용 배터리 생산능력과 실제 이용률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5월 이전 환경영향평가와 에너지소비평가 등 필수 절차를 마친 프로젝트는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이후 추진되는 신규 사업은 원칙적으로 멈춰선 상태다. 소비자용 소형 배터리와 리튬배터리 소재 프로젝트도 조사 대상에서 빠졌다.ADVERTISEMENT
업계에선 중국 정부가 실제 공장 가동률과 효율성을 기준으로 투자 자격을 선별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 말 평가 결과를 토대로 가동률이 높은 기업에는 다음 단계 신규 프로젝트 건설을 허용할 계획이다. 사실상 공장을 지을 능력보다 기존 공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돌리고 있는지를 신규 투자의 조건으로 삼겠다는 의미다.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배터리 투자 유치에도 제동이 걸렸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전국 리튬배터리 생산능력 조사와 함께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체계가 만들어질 때까지 각 지방정부는 전기차용·ESS 배터리 신규 프로젝트 관련 인허가를 중단해야 한다.
중국 중앙정부가 그동안 지방정부의 보조금과 토지 제공 등을 통해 경쟁적으로 추진돼온 배터리 공장 유치에도 직접 개입하기 시작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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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TL, 비야디(BYD), 고션하이테크, CALB, EVE에너지, 선와다 등 6개 대형 배터리 기업에는 향후 3년간 집약적·고효율 발전계획을 별도로 마련하도록 했다. 각 기업의 계획은 지방 발전개혁·산업당국의 심사를 거쳐 중앙정부 승인을 받아야 한다. 신규 생산능력이 시장 수요와 무관하게 늘어나는 것을 막고 선두 기업까지 투자 속도를 관리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中 배터리 증설에 브레이크
이처럼 중국 정부가 생산능력 규제에 나선 배경에는 급격한 증설이 있다.중국의 지난해 리튬배터리 생산량은 1755.6GWh였다. 하지만 올 1~7월 새로 계약된 리튬배터리 증설 프로젝트는 100개에 달한다. 공개된 투자액만 4469억4000만위안(약 89조원), 계획된 연간 생산능력은 2608.5GWh로 지난해 전체 생산량의 약 1.5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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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가동되지 않은 설비도 막대하다. 건설 중인 생산능력이 1217GWh, 계획 단계가 1229.82GWh로 둘을 합치면 전체 신규 계획의 93.8%를 차지한다. 상당수 설비가 생산에 들어가기 전인데도 추가 공장 계획이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ESS 시장 성장 기대가 증설 경쟁을 자극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상위 10개 배터리 기업이 계획된 생산능력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CATL의 증설 규모만 550GWh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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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일각에선 중국 배터리 시장의 공급과잉을 물량 축소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범용·저가 제품은 공급이 넘치는 반면 기술 세대가 바뀐 일부 신제품은 생산능력이 부족한 구조적 불균형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어서다.
BYD가 올 하반기 2세대 블레이드 배터리 생산 확대에 나서고 CATL이 이달부터 나트륨이온 배터리 공급을 시작하는 상황에서 일괄적인 투자 억제가 신기술 제품의 증산 속도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지속되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중국 기업들이 과잉설비를 기반으로 물량을 쏟아내며 가격을 낮추는 경쟁은 완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가동률과 기술력을 갖춘 CATL·BYD 등 선두 기업이 증설 기회가 잡아 중국 배터리 산업의 시장 집중도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의 구조조정이 저효율 기업 퇴출과 선두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면 결국 중장기 경쟁 강도가 약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의 네이쥐안 억제 조치가 생산능력 축소에서 끝나는지, 아니면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강자를 더 강하게 만드는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