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새로 살 생각이었는데 가격을 보고 그냥 미뤘어요." 3년 넘게 같은 기기를 써온 30대 직장인 A씨는 최신 스마트폰으로 바꾸려다 마음을 돌렸다. 최신 기종의 경우 이제 200만원대가 기본값이 되면서 부담이 커진 것이다. 반도체 가격 급등으로 스마트폰·PC 가격이 오르는 '칩플레이션'이 일상을 갈수록 더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제조사들이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서 소비자들이 교체 시기를 늦추거나 더 싼 제품을 찾는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초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쓰는 사이 다른 한편에선 지갑을 닫고 잔뜩 움츠러든 상황이다.
"D램 평균가격 50%↑"…완제품 가격 인상 압박
10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DDR5 16Gb(2Gx8) 4800·5600 현물 평균가격은 54.5달러로 나타났다. DDR4 8Gb(1Gx8) 3200은 45.279달러를 기록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는 계약시장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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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투자회사 서스케하나의 메흐디 호세이니 애널리스트는 올 3분기 D램 평균가격이 직전 분기보다 50% 오르고 4분기엔 20%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플래시는 각각 60%, 25% 상승이 예상된다.
원가 부담은 완제품 가격표를 밀어올리고 있다. 애플이 9일(현지시간) 신제품을 공개한 이후 미국에선 아이폰17 가격이 799달러에서 899달러로, 아이폰17e가 599달러에서 699달러로 올랐다. 아이폰 에어도 100달러 오른 1099달러에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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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선 아이폰16 128GB가 2299만동에서 2499만동으로 올랐고 아이폰17 256GB·아이폰17e·아이폰 에어 256GB는 각각 400만동씩 인상됐다. 중국에서도 화웨이 메이트80 12GB·256GB 모델이 4699위안에서 5499위안으로 뛰었다. 6499위안이던 샤오미17 프로 맥스는 6999위안에 판매되고 있다.

삼성전자도 주요 시장에서 갤럭시 스마트폰 가격을 올렸다. 갤럭시Z플립8 256GB 모델을 기준으로 한국에선 19만8000원, 영국과 독일에선 각각 100파운드·100유로씩 인상됐다. 인도에서도 1만5000루피 올랐고 미국에서도 100달러가 뛰었다. 가장 최근 공개된 아이폰 듀오는 국내 출고가가 256GB 기준 329만원, 2TB 기준 509만원에 이른다.
독일에서는 맥 미니 M4 기본형 가격도 699유로에서 지난 6월 949유로로 올랐다. 지난달 출시된 신형 M6 기본형의 경우 1049유로로 책정됐다.
스마트폰 4000여개 중 40% '가격 인상'
시장 전체로 보면 소비자들 부담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현재 판매 중인 4000개 이상의 스마트폰 모델을 분석한 결과 올해 가격이 오른 기기 비중이 업계 최초로 40%를 넘어섰다. 기존 판매 모델의 글로벌 소매가격은 평균 15% 상승했다. 신규 출시 모델은 전년도 동급 제품보다 25% 비싸졌다. 일부 모델은 가격이 거의 두 배로 뛰었다. 인도는 평균 21% 올랐고 아시아·태평양 19%, 중동·아프리카 18%로 나타났다. 가격에 민감한 시장에서 충격이 더 컸던 셈이다.
소비심리도 자연스럽게 얼어붙는 추세다. 타룬 파탁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디렉터는 "가격 민감도가 높은 시장에서는 평균 16~21%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구매 부담이 커지고 있고 업그레이드를 미루거나 대형 판매 행사를 기다리거나 중고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조사들도 기기 저장용량을 낮추거나 카메라 사양을 줄이고 일부 가격대에 4G 모델을 다시 투입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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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메모리가 스마트폰 부품원가(BoM)의 핵심 변수로 부상하면서 업계 전반의 가격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며 "제조업체들이 비용을 흡수할 여지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판매량에서도 가격 부담의 흔적이 나타났다. 카운터포인트 조사를 보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 실적은 올해 20~31주차 동안 메모리 가격 위기 누적, 사상 최고 수준의 평균판매가격(ASP) 탓에 지난해 같은 기간 수준을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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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갤럭시Z폴드·플립8 시리즈는 출시 첫 2주간 전작보다 판매량이 8% 늘어 프리미엄 수요가 아직 상대적으로 견조하게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판매가격이 27.6% 오른 581달러를 기록하는 반면 출하량은 16.7% 줄어 10억대를 소폭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100달러 미만 제품의 경우 당장 올 2분기 출하량이 전년보다 약 60% 급감한 상태다.
"부품원가 상승, 제조사 마진에 추가 압박줄 것"
PC도 같은 흐름을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분기 미국 PC 평균 출고가격은 처음으로 1000달러를 넘어섰다. 전년보다 12% 오른 것. 소비자용 PC 평균 가격도 9.7% 뛰었다. 699달러 미만 PC 출하량은 6.5% 줄었지만 1500달러 초과 제품은 36.8% 증가했다. 옴디아는 "D램과 낸드 공급 제약으로 높아진 비용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분석했다.노트북도 추가 인상 압력이 남아 있다. 트렌드포스는 지난해 1분기 900달러짜리 주류 노트북 제품군에서 CPU·D램·SSD가 전체 부품원가 중 약 45%를 차지했지만 올 3분기에는 68%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매출총이익률을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려면 동급 제품 가격을 약 80% 높여야 한다는 계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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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압박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렌드포스는 모바일 D램 가격 상승률이 둔화하더라도 공급업체들이 서버 D램과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면서 연말까지 높은 가격 수준이 유지된다고 전망했다. 내년에도 공급이 빠듯하다는 관측이다.
칸 차우한 카운터포인트 책임연구원은 지난 3일 "신규 스마트폰 가격은 아이폰18 시리즈를 포함해 앞으로도 계속 오를 것"이라며 "메모리 부족과 부품 원가 상승이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렵고 제조업체 마진에 추가 압박을 줄 것"이라고 했다.
김대영/홍민성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