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군사적 기여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해외에서도 한국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비전투 임무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외신들은 한국이 미·이란 전쟁에 어느 수준까지 개입할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지난 8일 '한국은 어떻게 미·이란 전쟁에 갇히게 됐나'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냈다. 미국이 한국에 대이란 군사행동 지원을 압박하는 가운데 이란이 한국이 군사적으로 참여할 경우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한국이 양측 사이에 끼었다는 분석이다. 알자지라는 한국이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면서도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중동산 에너지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딜레마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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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가디언과 파이낸셜타임즈(FT)도 한국의 파병 검토 배경으로 미국의 압박을 부각했다. FT는 한국이 미국을 군사적으로 지원할 경우 그동안 이란과 유지해온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이란의 보복 가능성은 외신들이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위험 요인이다. 이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군 파병 가능성이 거론되자 다른 국가가 페르시아만과 호르무즈해협에서 군사적으로 참여할 경우 미국 측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 간주될 수 있으며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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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한국 정부가 설정한 '비전투' 임무를 이란이 받아들일지를 예단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이 검토 중인 P-8A 해상초계기나 폭발물처리(EOD)·기뢰 제거 전력은 직접적인 타격 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이란 입장에서는 미군 작전을 돕는 군사 개입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9일 한국의 아랍에미리트(UAE) 현지조사단 파견을 두고 한국이 "잠재적으로 위험한 군사적 역할에 한 걸음 가까워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SCMP는 "한국이 시작하지 않은 분쟁에 끌려들어가는 것을 피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했다. 실제 파병에 나서더라도 시기를 늦추고 임무와 규모를 제한하는 한편 미국 지휘보다 다국적 협력체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도 소개했다.
비전투 임무라고 해도 실제 작전 과정에서 군사적 위험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지난 6일 미군의 호르무즈해협 기뢰 제거 작전을 '고위험 임무'로 규정했다. 미 해군 특수요원과 무인정·잠수정 등이 수개월 동안 작전에 투입됐지만 기뢰뿐 아니라 미사일과 드론 공격 위험도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한국군이 기뢰 제거 등 비전투 임무를 맡더라도 실제 작전 현장에서는 전투 위험과 완전히 분리되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편 호르무즈해협 파병 여건 등을 파악하기 위해 중동에 파견됐던 국방부 현지조사단은 10일 귀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단은 지난 주말 UAE로 출국해 우리 군 전력이 활용할 수 있는 군사 거점과 기항지, 정비·보급 등 현지 지원 여건과 작전 환경을 점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단에는 국방부 관계자와 외교부 실무진 등이 포함됐다. 국방부 훈령에 따라 조사단은 귀국 후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 보고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실제 파병을 전제로 한 조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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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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